KB證, 사라진 IB-WM 시너지...경쟁사 대비 떨어지는 수익성 어쩌나
입력 24.08.14 07:00
KB證, ROE '마의 10%' 넘겼지만 경쟁사대비 크게 낮아
'증시 전망 부정적' 하반기엔 시너지 성적표 나올 듯
IB부문 경쟁력은?…인력이탈 조짐에 딜 소싱 저조
공동대표 임기 5개월 남아…"하반기 실적이 연임 좌우"
  • KB증권이 올 상반기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업황에 의존한 수익성의 한계를 드러내며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공격적으로 전개해오던 기업금융(IB)부문과 자산관리(WM)부문 시너지 전략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제기된다.

    대외환경 변수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하반기 WM부문의 기여도를 크게 기대하긴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IB부문 경쟁력 또한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 와중, KB증권의 IB부문과 WM부문을 각각 책임지고 있는 김성현 대표와 이홍구 대표의 임기 만료는 올해 12월로 예정돼 있는 상태다.

    KB증권은 올 상반기 37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7% 성장했고,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지배주주순이익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연환산 11.8%를 기록하며 오랜만에 '마의 10%' 고지를 넘었다.

    이익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대보다 '체력'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외 증시 호조에 따라 주식거래 대금 규모가 확대됐던 만큼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크게 개선된 게 이번 실적의 본질인 까닭이다. 시장 상황이 좋아 상품운용손익도 높게 나타났고, 투자자가 예탁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신용공여가 늘어난 덕에 이자이익도 개선됐다.

  • 반면 김성현 대표 취임 이후 꾸준히 공 들여온 IB수수료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14.7% 하락했다. WM부문 경쟁력의 척도로 통하는 금융상품수수료 수익은 전년대비 늘어나긴 했지만, 경쟁력있는 숫자라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의 올 상반기 금융상품수수료 수익은 296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350억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KB증권은 최근 수 년 간 성장전략으로 IB-WM부문의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꾀해왔다. IB부문에서 좋은 상품을 소싱해 WM 부문에 적극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대표주관을 맡았던 2022년 초, KB증권은 청약 흥행에 힘입어 키움증권을 제치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자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KB증권은 내부적으로 IB부문, 특히 기업공개(IPO)부문에 힘을 실어 위탁자산 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을 전개해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하철 옥외광고를 집행하는 등 마케팅 전략에 공을 들였던 것 또한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KB증권은 올해 중순까지도 MTS 이용자수 순위 1위 자리를 지켜오는 중이다. 

    IB부문의 수익성이 하향곡선을 그리면 이 같은 전략의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주관 실적을 챙겼던 KB증권이지만, 최근엔 딜(Deal) 수성에서 소외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주관사를 선정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꼽힌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대부분 AI 반도체 기업 상장 주관 대열에 끼는 와중에 KB증권만은 주관사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KB증권은 앞서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조 단위가 점쳐지는 패션 브랜드 대어 피스피스스튜디오에 제안서를 제출하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수주에 실패했다. 대표주관사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메가존클라우드에선 공동주관사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다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KB증권은 그간 공격적인 인수 제안으로 유상증자 주선사 자리를 점해왔는데, 두 차례 문제가 터지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2년 엔지켐생명과학 주주배정 유상증자 건에 이어 2023년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인 미코바이오메드 유상증자 실패로 155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은 바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삼성증권과의 비교해보면 미진한 점이 도드라진다는 평가다. 두 증권사의 자본총계는 지난해말 기준 6조원대로 유사한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 KB증권과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11.8%, 14.6%로 3% 포인트에 가까운 격차가 벌어져 있다.

    삼성증권은 대형 증권사 IB부문 중 WM부문과의 협업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WM부문과의 연계를 극대화하고자 지난해 IB솔루션본부를 신설, IB부문 임원이 직접 WM 고객 관리에 관여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삼성증권의 금융상품 관련 수익은 950억원으로 KB증권의 3배에 달한다. 리테일 고객 자산 규모도 삼성증권은 320조원에 달하는 반면, KB증권은 최근 150조원을 돌파했다. KB증권도 WM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타 대형사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데에는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해외주식 관련 사업에서도 KB증권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해외주식중개 부문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이 '3강' 체제를 이루고 있고, KB증권은 10위권 안쪽에서 '도전자'의 입장이다. 

    당장 올 상반기 삼성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율은 22%에 달해 KB증권의 9%를 크게 뛰어넘었다.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해외주식 거래량이 차이를 갈랐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의 지점 수는 29곳으로 KB증권 87곳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반기 성적표 공개 이후 현재 KB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성현 대표와 이홍구 대표의 연임 여부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 상반기 호실적이 시장 활황에 따른 '천수답'(天水畓)식 실적이라면, 대표의 역할은 퇴색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김성현 대표는 2연임ㆍ4년(2+1+1)인 일반적 임기를 넘어 4연임하며 6년째 재직 중이다. 이홍구 대표는 선임 당시부터 1년의 임기만을 부여받은데다, 지난 6월 채권 돌려막기 혐의 관련 징계 처분을 받은 점이 어떻게 작용할 지가 변수로 꼽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성현 대표만큼 리그테이블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자는 보기 드물다"며 "하반기에도 리그테이블 순위권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 영업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데, 경쟁사 견제가 심해져 성과로 이어질 진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