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상반기 사상최대 실적? '숫자 신뢰 못해'...건전성 우려도 수면위로
입력 24.08.16 07:00
보험사 실적시즌 돌입
호실적 예상 속 신뢰성 문제는 여전
금리하락기 접어들면서
자본확충 문제도 수면위로
IFRS17 '매운맛' 효과 시작되나
  • 실적 시즌을 앞두고 보험사들은 물론, 주주들의 '눈치보기'가 치열하다.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상반기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험사 실적은 '믿을 수 없다'는 낙인이 찍혀서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하가 코 앞으로 다가오며 건전성 문제가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IFRS17의 영향은 지금부터란 '경고장'이 나오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와 대형 생보사들이 올 상반기 표면적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의 호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한화손보가 올해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25.8% 증가한 반기 기준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이후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손보사들 대부분이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실적 상승이 작았던 생명보험사들도 상반기 실적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이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 판매가 늘면서 신계약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3.6% 증가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대형 생보사들이 지난 1분기 금리상승에 따른 투자이익 감소와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기준 변경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지만, 2분기에 들어선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와 투자손익 개선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생보사는 금리 변동에 따른 투자손익의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크며 2분기에 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손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예상했다.

    다만 보험사가 발표하는 실적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한 상황이다. IFRS17 도입 후에 보험사들이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해당 실적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회계제도 도입 초기에 실적이 잘 나오도록 실적 부풀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회계처리 방식 등을 바꿀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2분기 실적 등을 감안해 제도 개선 방향을 정하고, 연말 결산 전까지 내용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당장의 호실적에 대해서 일희일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상최대 실적을 내고있지만, 해당 실적이 주주환원 등 실질적인 주가 상승을 위한 ‘모멘텀’으로 작용할지 미지수란 반응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주주환원을 논하기엔 어렵다”라며 “제도 개선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오히려 금리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IFRS17 논란이 그간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실적 부풀리기 였다면, 앞으로 주요 이슈는 건전성으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미국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다. 금리하락이 본격화할 경우 그간 수면 아래 숨어있던 ‘역마진’ 문제가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고금리로 팔아놓은 상품에서 발생하는 역마진이 그간 고금리 기조속에 수면 아래 있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이는 고스란히 보험사들 부담으로 돌아오고, 건전성 비율 하락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도 지난달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건전성 비율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이 최근 7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한화생명은 지난 7월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신한라이프(3000억원), 현대해상(5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들 보험사들은 킥스비율을 살펴보면 한화생명(173.09%), 교보생명(175.75%), 동양생명(173.09%), 현대해상(166.89%) 등은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겨우 넘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하락이 본격화 할 경우 추가적인 킥스비율 하락이 예상된다. 

    그간 IFRS17 이슈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긴 했지만, 금리 하락기에는 바뀐 회계제도의 ‘매운맛’이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실적 논란은 오히려 ‘좋은 시절’ 이야기로 회자될 수 있다. 금리하락이 본격화하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M&A도 안되고 처치 곤란인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으로 인한 상반기 호실적은 이벤트 성이었다면, 제도 도입 초기부터 걱정됐던 역마진 문제가 금리하락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보험사들로서도 실적이 문제가 아니라 건전성 비율을 올리는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