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모주 후보들 대거 출두?...증시 침체에도 일단 사전준비
입력 24.08.20 07:00
무신사 9월 RFP 소문...주요 기업 잇따라 예심 청구
하반기 증시 '박스권' 전망 속 공모주 '주목도' 노려
'네이버웹툰' 실적 쇼크로 美 상장 난이도는 높아져
컨설팅 목적도? '중간 수수료 도입'으로 부담은 커져
  • 하반기 공모주 시장 침체 우려에도 불구,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다. 완주 가능성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의 '어닝쇼크'로 인한 주가 급락 이후 해외 상장의 문은 닫혀가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일부 스타트업 기업들은 실제 상장 의도가 있는지 의심을 받는 시선도 생겨나고 있다. '컨설팅'이나 '투자유치' 목적으로 주관사를 선정만 해두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기업인 무신사가 이르면 내달 중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러 증권사들은 배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영업을 나서면서도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금융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초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당근(前 당근마켓) 또한 하반기 상장 추진 본격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 투자유치를 받았던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또한 투자유치가 마무리 된 이후 상장 작업 착수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중형급 기업 쪽에서도 하반기 IPO 시장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잇따라 나서고 있다. 케이뱅크는 6월 상장예심을 청구했고, 통과하는대로 공모 절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기업 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보증보험도 최근 예심을 청구하고 연내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 최근 IPO 시장이 눈에 띄게 침체 분위기로 접어든 것과는 다소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7월 이후 신규 상장 공모주의 주가 추이가 부정적으로 전개되며, 기관들은 공모주 청약에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새 진행된 공모주 청약(SPAC 제외)의 평균 의무보유확약(락업) 비율은 2.5%에 그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 참여 여부를 결정할 적에 매우 신중해진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최근까지 공모가 희망 밴드 상단의 30% 이상 주가가 오르던 기업들도 상단 수준을 유지하면 선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예비 상장사들이 하반기 공모주 시장을 노리는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가장 힘을 받고 있는 해석은 올 하반기 IPO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가장 클 것이라는 부분이다. 8월 초 증시가 급락한 이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며 하반기 중엔 증시가 박스권을 형성할 거라는 예상이 대세인 가운데, '공정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는 공모주는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올해 IPO 시장은 이례적으로 대어(大魚) 가뭄을 겪었다. 올해 가장 큰 공모주였던 HD현대마린솔루션조차 공모 규모가 7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공모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IPO가 단 3건에 그치며,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운용사와 펀드는 물량 확보에 상당한 고전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기대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공모주는 그나마 리스크가 낮은 투자처로 꼽힌다"며 "올해엔 특히 공모주 물량이 많지 않아 코리아인베스터(한국물에 주로 투자하는 해외 기관)들이 중규모 공모에도 상당히 관심이 많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목받았던 국내 기업의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줄어든 것 역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주가가 급락한 게 핵심 배경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어닝 쇼크는 현지 투자자들의 '컨센서스'(예상 실적)을 크게 밑돌았는데, 해당 이슈가 한국 IT 플랫폼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며 현지 분위기가 좋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좀 더 '몸'을 만들어 해외 상장을 생각하던 기업들도 이젠 '플랜A'로 국내 상장을 우선 고려하게 된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며 "최근 거래소가 마켓컬리, 직방, 무신사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을 만나 상장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 역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모두 '상장 러시'로 이어지진 않을 거란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대형 스타트업 및 플랫폼 회사의 경우, '상장 추진'을 일종의 컨설팅으로 여긴다는 평판이 없지 않다.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업황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을 받는만큼,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됐음에도 일단 시장에 발을 들인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MAU를 끌어올리고 이 MAU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줘야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주관사를 선정한 대형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주관사와 머리를 맞대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증대 방향 등 '사업 청사진'을 논의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장 준비 기업들의 부담은 과거에 비해 높아진 상태다. 파두 사태 이후 IPO 주관업무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상장에 실패하더라도 중간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8월 초부터 계약서 상에 중간수수료 지급 조항을 추가해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8월초부터 상장 주관 계약하는 곳들은 중간 수수료 지급 의무를 지게되는 만큼 7월말에 급히 주관계약을 체결하려는 발행사들이 꽤 많았다"라며 "상장을 위해 미리 주관사를 선정하고 나서 상장 완주까지 해야할 부담이 전에 비해선 늘어난 상황이긴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