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관리하자"…NPL 쏟아지는데 숨고르기 돌입한 금융지주 NPL 계열사들
입력 24.08.20 07:00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 위험가중자산 감축 기조
NPL 매각 규모 늘었어도 일단 숨 고르기
신용등급 상향해 자금조달 금리 낮추려는 목적도
치열했던 NPL 입찰 경쟁 '정상화' 가능성 전망
  • 금융지주사 산하 계열사인 하나F&I와 우리금융F&I가 하반기부터 부실채권(NPL) 매입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금융지주사들이 바젤3 규제에 맞춰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속도를 내면서다. 치열했던 NPL 입찰 시장의 경쟁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NPL 업계에 따르면 하나F&I와 우리금융F&I는 RWA 관리를 위해 하반기부터 NPL 매입을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내부 재무 건전성 지표를 맞추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RWA 관리는 금융지주사들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은행권 리스크 규제인 바젤3가 강화되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은행권 NPL 매각 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위험자산을 줄이기 위해선 NPL 매입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은행권 NPL 매각 규모를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약 8조원 대로 예상하고 있다.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약 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코로나 시기 만기연장과 상환유예에 나섰던 은행들이 금융지원을 종료하면서 억눌려왔던 부실이 터졌기 때문이다.

    NPL 규모가 크게 증가하자 'F&I'와 유암코 등 NPL 전업 투자사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재무건전성을 관리해 왔다. 우리금융F&I는 지난 5월 1200억 유상증자를, 하나F&I는 지난해 12월 약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까지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RWA 규제에 맞추기 위해선 NPL 매입 속도를 조절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NPL 매입 속도 조절 목적에는 신용등급을 올려 자금조달 금리를 낮추기 위함도 있다. 하나F&I와 우리금융F&I의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된 만큼, 신용등급을 한 노치(Notch) 확실히 올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나F&I의 유효 신용등급은 'A(긍정적)', 우리금융F&I는 'A-(긍정적)'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권 NPL 투자사 관계자는 "지금이 NPL 투자를 확대할 기회라고 생각해 상반기까지는 매입규모를 늘렸지만, 지주사의 RWA 지표를 맞춰야 하기도 하고 레버리지 배율을 조절해 신용등급을 확실히 한 단계 높이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며 "투자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단계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나F&I와 우리금융F&I가 NPL 매입 규모를 줄이면 상대적으로 NPL 입찰 시장 경쟁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교적 경쟁이 사그러들면서 그동안 치열한 경쟁에 은행권 NPL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던 NPL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다시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운용사들은 NPL 전업 투자사들에 비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비교적 수익률이 낮아 NPL 전업 투자사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또 다른 NPL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 8조원이나 넘는 은행권 NPL이 입찰 시장에서 다 소화가 될까라는 의문이 나오기도 하지만, 소화가 안 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키움F&I와 우리금융F&I가 출범했을 당시 은행권이 NPL 매각 규모가 워낙 적어 다른 일을 해야 하나 찾아볼 정도로 입찰 경쟁이 심했다. 그러나 이제는 NPL 매각 규모가 늘어났으니 경쟁 강도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