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금융 여승주 부회장 임기 만료 째깍째깍…존재감 더 드러내야 할 김동원 사장
입력 24.09.10 07:00
그룹 1인자 자리 굳힌 김동관 부회장
갤러리아 독자 행보 강행하는 김동선 부사장
한화금융 핵심 여승주 부회장 내년 임기만료
여 부회장 부재시 김동원 사장 금융 수장 부상
김 사장 승계구도서 여전히 '잠행중'
  • 한화그룹의 승계구도는 예상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룹의 주력 사업과 미래 신사업은 맏형 김동관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주축이 됐고, 3남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통한 자신만의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

    형과 동생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경력을 금융분야에서 쌓아온 2남 김동원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제까지 한화금융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여승주 부회장은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김 사장의 역할론이 점차 대두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

    한화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시점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7월 석유화학·에너지(한화솔루션·케미칼, 한화솔루션·큐셀, 여천NCC) 대표 인사를 실시했고, 지난달 말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선임을 마쳤다. 

    최근 인사를 통해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이어 4곳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사실상 김 부회장은 방산과 케미칼 등 그룹의 주력사업에서 모두 수장에 오르며 차기 후계 구도를 보다 명확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화오션에 김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김희철 현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 대표이사를, 한화에너지에 이재규 한화에너지 기획실장(큐셀부문 GES사업부장)이 내정되며 김 부회장에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번 인사가 김 부회장의 주도로 단행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김 부회장이 주력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인사는 여전히 김승연 회장의 의중이 깊게 반영돼 진행된다"며 "이번 인사는 통해 김 회장이 첫째 김동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강하게 비쳐진다"고 평가했다.

    그룹 내부의 현안보다 비교적 외부 활동이 잦았던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총괄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의 대주주 지위를 굳히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 지분 17.5%에 대한 공개매수를 추진중이다. 총 544억원을 투입해 개인 명의로 지분을 늘리려는 시도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현재 지분율 2.3%에서 19.8%로 증가하게 된다. ㈜한화의 한화갤러리아에 대한 지배력(지분율 36.3%)은 변함이 없지만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오너일가가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로 올라서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번 공개매수는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한화로보틱스 등에서 입지를 굳히겠단 판단으로 해석된다.

    김동선 부사장의 공개매수에 앞서 한화그룹 3남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의 공개매수를 시도했다. 결론적으론 목표치에 미달했다.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작업이 명확했으나 '책임경영'을 앞세워 주주들을 설득하면서 오히려 뭇매를 맞았다. 이후 발표된 김동선 부사장의 공개매수는 올들어 최고 수준의 할증률을 제시해 대비를 이뤘단 점이 눈에 띈다.

    김동관 부회장, 김동선 부사장의 사업적 행보와 달리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사장)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다. 김 사장은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시작해 지난해 한화생명 사장에 오르기까지 한화금융에서 모든 경력을 쌓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의 승계 구도를 비쳐볼 때 한화금융에서 김 사장의 존재감을 부정하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한화금융에서 확실한 자리를 굳히기 위한 사전 작업이 상대적으로 형제에 비해 덜 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한화금융의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화생명의 실적이 크게 줄면서 사업의 확장보단 실적 회복과 재무건전성 확보가 더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667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줄었고, 별도기준으론 같은 기간 약 43%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자기자본이 줄어들고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늘어나면서 배당 가능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자금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3월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2017년 한화생명 사장에 취임, 지난해 부회장에 오른 여 부회장은 사실상 한화금융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실질적으로 한화금융의 사업과 내부 통제는 여 부회장의 손을 거쳐왔고, 최고 수준의 의전을 받으며 그룹 내 위상 역시 여타 최고경영진들과는 남다르단 평가를 받는다. 다만 내년 초 임기 만료를 기점으로 한화생명에 계속 남아있을지는 미지수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여 부회장이 내년 정기주총에서 한 차례 더 연임하게 되면 3연임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 부회장이 한화금융 수장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면 김동원 사장의 역할론이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김동원 사장은 CGO란 직함에 걸맞게 이제까지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그룹차원에선 김 사장의 성과에 대해 과(過) 보다는 공(公)을 부각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 사장이 한화금융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이렇다 할 움직임은 나타나진 않고 있지만, 추후 한화금융 수장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사업적인 성과에 과거 보다 냉정한 평가들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