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으로 변질된 빅4 회계법인 연봉공개
입력 24.09.10 07:00
안진 실적 공개되면서 성과급 관심 부상
파트너들 성과급에 직원들 예민
연봉공개가 집안싸움의 씨앗으로
이제 관심은 한영 실적발표에 쏠려
  • 빅4 회계법인(이하 빅4)이 파트너들 연봉공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부감사인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고액 연봉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게 됐는데, 당초 취지와 별개로 파트너와 직원들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어서다. 줄어든 성과급을 받아든 직원들은 그 어느때보다 고액 연봉 파트너들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이 지난 회계연도 실적을 공시하며 다시금 회계업계 성과급 이슈에 불이 붙고 있다는 평가다. 성과급이 지급되기 전에만 하더라도 안진이 성과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감사, 세무자문 부문이 선방하고 경비절감이 효과를 보면서 예전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경쟁사 이탈을  우려해 삼정 수준의 성과급은 맞춰줘야 한다는 경영진의 생각이 반영됐다. 

    자연스레 관심은 파트너들 연봉공개에도 쏠렸다. 홍종성 대표의 2024년 회계연도에 보수로 12억원을 받았다. 그 전 회계연도에 18억원을 수령한 것 대비 6억원이 줄어들었다. 보수가 줄어든 것은 올해 실적보단 작년 실적의 영향이 컸다. 작년에 적자가 나면서 홍 대표의 성과급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한 안진 회계법인 관계자는 “직원들 성과급은 작년과 비슷하게 맞춰서 나갔다”라며 “파트너들 성과급 감소는 작년 성과급이 반영된 수치며 올해 성과급은 10월 정도에 지급이 된다”라고 말했다. 

    빅4 회계법인들은 이처럼 직원들 성과급과 파트너들 연봉에 대해서 설명하기 분주하다. 무엇보다 직원들 성과급 봉투가 얇아진 이유가 크다. 특히 직원들이 인터넷에 받은 성과급 인증사진을 올리면서 빅4 회계법인간 성과급 비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경쟁사 보다 성과급이 낮은 경우 그 화살은 경영진으로 향해가고 있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 경영진들은 그 어느때보다 감사보고서에 공개되는 파트너 연봉에 민감해 할 수밖에 없다. 안진의 경우 대표이사를 포함해 파트너들의 성과급이 줄어들었기에 망정이었단 말이 나온다. 작년 성과급이 반영된 수치지만, 직원들은 일단 파트너들의 늘어난 연봉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한 빅4 회계법인 파트너는 “파트너들이 높은 보수를 받아가면 작년 성과급이 올해 회계연도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해도 직원들은 불만을 표시한다”라며 “올해는 일단은 높은 파트너 연봉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달 말 공시될 한영 회계법인 감사보고서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한영 회계법인은 이번 회계연도에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도 상당부분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만큼 공개되는 감사보고서에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보수에 그 어느때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3년 회계연도에선 박용근 한영 대표는 28억3000만원을 수령해 빅4 회계법인 ‘연봉킹’에 오른바 있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조만간 한영회계법인 감사보고서가 나오는데 관심은 경영진의 보수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빅4회계법인 연봉공개가 예상치 못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이 빅4 회계법인 고액연봉자 연봉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높은 연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상장사의 경우 임원들 연봉 공개와 같은 이치다. 

    하지만 막상 실행을 하고 보니, 파트너 연봉에 직원들이 분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특성상 한해 벌어들인 수익을 임직원이 나눠갖는 구조가 되다 보니 결국 누가 얼마나 가져갔느냐를 두고 말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빅4 회계법인도 '실적 보릿고개'를 겪으며, 성과급이 꾸준히 늘어날 수 있는 곳은 삼일 회계법인 한 곳 정도일 뿐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일 회계법인 역시 6월 결산으로 조만간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빅4의 '격차'도 결국 성과급에서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너도나도 연봉과 성과급을 인상하던 2022년에는 빅4간 큰 차이가 없었지만, 성장이 둔화하는 시기엔 구성원이 받는 보상에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누구를 챙겨주느냐가 이슈이다 보니, 매출이 정체되는 상황에선 성과급을 두고 시니어와 주니어 사이에 집안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