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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생 절차에 들어간 자동차 부품사들의 인수합병(M&A)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경영난을 겪고 회생 단계에 진입하는 곳들은 대부분 2차 벤더(하청) 업체들로, 통상 1차 벤더 업체가 인수하는 경우가 다수로 전해진다. 활발한 부품업계 M&A와 국가 차원의 부품업체 지원이 더해지면서 현대자동차가 밸류체인 공고화라는 수혜(?)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차 벤더들이 2차 벤더들을 인수하게 되는 이유로는 여러 요인들이 꼽힌다. 무엇보다 촘촘한 밸류체인이 중요한 자동차 업계에서는 부품사 한 곳만 차질이 생겨도 공급망이 흔들리게 된다. 이렇다 보니 산업을 ‘가장 잘 아는’ 1차 벤더들이 투자하고, 최종 인수하는 것이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1차 벤더들이 2차 벤더와 공동으로 제품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곳이 흔들리면 원활한 제품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고려된다.
경영난으로 기업이 회생에 들어가야 할 경우 DIP(Debtor In Possession) 파이낸싱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DIP 파이낸싱은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 주는 일종의 구제금융이다. 투자자는 시장 금리보다 높은 이율을 보장받고,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이때 1차 벤더들이 투자자로 나서게 된다. 회생 기업 투자는 리스크가 큰 투자이기 때문에 뜬금없는 투자자보다는 1차 벤더 등 업계를 ‘잘 아는’ 곳들의 투자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만약 회생 기업이 매각에 나서게 되면, DIP로 자금을 댔던 회사들이 스토킹호스 우선 지위를 취득하면서 결국 인수까지 이어지게 된다. DIP가 대출이지만 1차 벤더 입장에서는 사실상 선투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처럼 부품업계 내 M&A는 대부분 스토킹호스 방식(제한적 경쟁 입찰)으로 이뤄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 소재의 A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도 DIP 파이낸싱 조건으로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업체도 추후 1차 벤더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물밑 M&A가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사실상 밸류체인의 정점인 ‘현대차’가 최종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 투자를 통한 지분 확보가 아니어도, 긴밀한 관계가 있는 1차 벤더들이 2차 벤더를 흡수하면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영향력이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오히려 완성차 업체들이 벤더 업체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가지길 기피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노사 이슈 등의 문제로 인해 외주를 늘리고 자체 공정은 단순화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등 완성차 업계도 산업 변화가 점차 이뤄지면서 공급망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는 밸류체인을 공고히 구축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경쟁력에 핵심이 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차 벤더사들은 완성차 업체와 긴밀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사실상 배후(?)가 되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현대차가 벤더들에 대해 실질적인 지분을 확대하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은 자동파 부품사업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된 점도 주요 요인이다. 코로나 시기부터 캠코는 현대차, 기아, 현대커머셜 등의 회사들과 함께 자동차 부품사업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지원을 제공해 왔다.
업무 협약을 통해 캠코는 자동차 부품사에 대한 원활한 금융지원을 위한 대출형 기업지원펀드(PDF)를 조성하고, 현대차·기아는 금융지원이 필요한 부품사 추천과 함께 금융지원에 협조했다. 또한 현대커머셜은 부품사 시장현황 및 금융지원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 왔다.
캠코는 2020년부터 PDF 1·2호를 조성해 총 34개 기업에 약 5400억원의 자금을 공급했고, 2022년 PDF 3호를 조성했다. 각 PDF에 캠코가 후순위로 100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자를 모집해 펀드를 통해 부품 협력업체에 완성차 업체 매출채권을 담보로 운영자금 등을 지원해 왔다.
지난 5월 DH글로벌컨소시엄(엔알제일호 재기지원펀드 컨소시엄)이 회생 절차에 들어간 ‘대유플러스’를 최종 인수했는데, 해당 거래도 캠코가 LP(기관투자자)로 참여했다. 대유플러스는 전기차 충전 사업 등을 영위하는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로 LPG 차량의 LPG 탱크를 납품하는 등 현대차·기아 1차 벤더이기도 하다.
앞의 관계자는 “(캠코 협력이) 현대차 입장에선 부품 수급을 원활하게 지키면서 회생 회사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나라에서도 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니 나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경영 어려워진 부품사들, 회생 이후 매각 활발
"공급망 차질 안돼" 1차 벤더 등이 인수 나서
밸류체인 정점인 '현대차' 간접 영향력 높아져
캠코 지원까지…'수급 지키고 밸류체인 공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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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9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