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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의무공개매수제도가 22대 국회에서 변화의 기로에 섰다. 당초 '50%+1주 매수'를 골자로 하던 개정안이 야당 의원의 주도로 '100% 매수안'으로 확대되면서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들은 PEF협의회를 중심으로 향후 정무위원회의 논의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제도 변경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래 비용 부담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올해 6월 인수자가 피인수기업(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할 경우, 잔여 주식 전량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에는 김한규ㆍ윤준병ㆍ조국 등 12명의 야당 의원들이 참여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정무위에 산정돼 1차 전체회의를 거쳤다. 전체회의에서 정무위가 현 공개매수 제재 조치의 실효성을 인정하면서, 향후 체계자구 심사를 통해 법문을 명확하게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야당 발의안은 기존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안보다 한층 강화됐다. 당초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인수가격으로 최대 50%+1주를 매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적용 대상도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에 한정된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이를 대표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반면 야당 개정안은 최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2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경우 잔여주식 전량(100%)을 인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더 나아가 의무공개매수 위반 시 의결권 제한, 금융위원회의 처분 명령,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등 구체적인 제재 수단을 포함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강력한 규제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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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업계에서는 야당 발의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가가 아닌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100% 공개매수를 진행하려면 인수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임원은 "일반주주와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속도와 디테일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봐도 50%+1주 매수로 시작하는 것이 온건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100% 의무매수가 모든 경영권 거래를 상장폐지로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사 경영에는 공시의무를 포함한 각종 상장 관련 규제 준수 비용, 일반주주 관리 비용 등도 수반된다. 지분 전량을 인수한 사모펀드 입장에선 상폐를 통해 주가 변동 및 관리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이 사모펀드에 의한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됐고, 올해 들어 쌍용C&E, 락앤락, 커넥트웨이브 등의 상장사들이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국내 PEF 대표는 "상장폐지하는 회사가 늘어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옵션을 제한할 수 있고, 일반 투자자들의 선택권도 줄어들 수 있다"며 "PEF 입장에서도 평균 단가가 올라가니 바이아웃을 할 때도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어 불안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야당과 여당의 합의점에 따라 최종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PEF 업계는 PEF협의회를 중심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PEF협의회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새로운 아젠다로 부상했다"며 "정무위의 공청회 일정 등 논의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 정무위 주도로 공개매수 범위 확대
25% 이상 취득 시 100% 매수 의무화가 핵심
기존 '50%+1주' 폐기에 PEF업계 우려 고조
PEF 인수시 상장폐지行 가능성 높아져
25% 이상 취득 시 100% 매수 의무화가 핵심
기존 '50%+1주' 폐기에 PEF업계 우려 고조
PEF 인수시 상장폐지行 가능성 높아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9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