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현실적인 우군은 누구일까
입력 24.09.20 07:00|수정 24.09.20 11:05
MBK-고려아연 여론전 펼치며 대치 양상
결국 어느 쪽이 지분을 더 확보하나 문제
최윤범, 대기업 주주에 추가 우군도 필요
2조 쓰는 MBK에 대항하기는 쉽지 않아
공개매수 응하지 못하게 할 전략도 필요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추석 명절 직전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포문을 열었고 이후 고려아연이 적극 대응에 나서며 혼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MBK파트너스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고려아연도 곧바로 반박하며 대치를 이어갔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실패 후 절치부심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사안에선 더 치밀한 전략을 짜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고려아연 소재 지역의 정치권과 국회의원, 소액주주와 노조, 고려아연의 해외 사업장 지역사회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여론전의 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 최윤범 회장 중 어느 쪽이 고려아연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다. 현 시점에선 MBK파트너스 쪽이 우세한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특수관계인, 우호세력(지분율 33.1%)에 더해 7%~14.6%의 지분을 추가로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최윤범 회장과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약 34% 수준이지만 여기엔 15%에 가까운 대기업(현대차, LG화학, 한화) 우호 지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변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고려아연에 돈을 많이 투입했는데 갑자기 MBK파트너스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앞으로 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사업 제휴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으로선 일단 대기업 우군은 확실히 한 편으로 묶고 함께 지분 경쟁에 나서줄 우군이 필요할 상황이다. 

    최 회장은 명절 연휴에도 출근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호 세력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입장인데 대항공개매수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고려아연은 주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왔는데 최근 화우를 자문사로 선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대기업 주주들이 직접 분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이번에 투입하기로 한 돈은 최대 2조원에 육박한다. 굴지의 대기업이라도 저 정도 돈을 경영권과 무관한, 더군다나 이겨도 얻을 것이 많지 않은 거래에 쏟아 붓기는 쉽지 않다. 최윤범 회장은 재계 전반에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십시일반 우군을 모아서 해결할 수준은 아니다.

    대형 사모펀드(PEF)의 참전 가능성도 미지수다. 한미약품이나 아워홈 등 경영권 갈등이 있었던 거래에선 KKR, 칼라일, 베인캐피탈, TPG 등 글로벌 PEF들도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다만 이번 거래는 우군으로 나서더라도 경영권까지 확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미약품이나 아워홈 때도 경영권 확보 가능성이나 회수 안전성이 흐릿해지자 PEF들이 발길을 돌린 바 있다.

    최윤범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에게 무엇을 보장할 수 있느냐도 중요 변수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그룹 장씨 일가의 협조 속에 '소수지분으로 들어가 경영권 지분으로 회수하는' 그림을 짰지만,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길 원한다. 이미 상장사인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려 FI의 회수를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 대형 PEF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상대편에 서서 경쟁한다 해도 명분을 만들거나 투자 후 실익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이 증권사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매수 자금을 조달하거나 보유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증권사 입장에선 주요 고객 중 하나인 MBK파트너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는 없다. 지분 매집 경쟁으로 이어지고 주가가 크게 뛰면 최 회장 쪽의 부담도 더 커지게 된다.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기존 대기업 주주들의 지원을 재확인해 MBK파트너스와 대등한 세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아울러 나머지 주주들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론전을 펼치는 사이 정부의 지원도 기대하는 눈치다. 비철금속 역시 국가 중요산업인 만큼 정부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면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영풍그룹 측과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 자사주를 제외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30%다. 이 중 국민연금이 7.6%를 갖고 있는데 민감한 분쟁 상황에서 한 쪽에 힘을 싣는 의사결정을 할지는 의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18.2%)의 표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은 IR 조직을 총동원해 해외 기관투자가와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쪽에서 해외 기관투자가와 접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결국 명분 싸움으로 가게 될텐데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모두 투자자들이 만족할 비전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