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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이번엔 고려아연이다. 현행법과 '국민 정서법(?)'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거래의 결과를 기다리는 주체들의 궁금증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MBK는 대체 왜 이런 위험한 싸움을 시작했을까?"
◇ 해외기관들 "동북아시아 초대형 펀드의 효용 가치 따지기 시작"
해외 펀드레이징 환경이 과거와 같지 않다. 미ㆍ중 갈등 속에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아시아 펀드에 대한 출자 기조는 점점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MBK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MBK에 새로운 투자 테마와 성장 동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MBK는 지난해부터 6호 펀드의 자금모집을 시작했다. 8조원 규모의 5호 펀드와 유사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MBK는 중국과 한국, 일본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해외 각국의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펀드를 결성한다.
6호 펀드엔 중국 외환투자공사(CIC) 등 중국계 자본이 일부 투입돼 있지만, 사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들로서는 중국투자 리스크라는 '변수'가 이미 '상수'로 변해버린 상황.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투자할 지 여부가 관건이 됐다. 회의론(?)까지는 아니더라도 8조~1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펀드의 효용가치에 대한 해외LP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의 최근 행보가 국내 중소형 출자사업에까지 이어진 것도 이런 요인들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MBK로서는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투자 성과를 만들어내 '가치'를 증명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 됐다. 이제는 새롭고 공격적인 형태의 투자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란 의미다.
◇ 김병주 회장과 파트너들이 마련한 돌파구…몸풀기는 끝, 이제부턴 본게임
이번 고려아연 인수 시도는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MBK의 핵심 인사들의 의사결정을 통한 이른바 '본 게임'으로 평가 받는다. MBK의 투자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거래이자 정체성을 재확립할 수 있는 거래란 점에서 LP들의 관심도 쏠려있다.
실패로 끝난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인수는 부제훈 부회장이 이끄는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가 주도했지만 이번엔 본 펀드에서 직접 나섰다. MBK도 이번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자신들의 주력상품인 '바이아웃 거래'임을 거듭 강조하는 분위기다.
SSF의 투자 실패와, 본펀드의 혹시 모를 투자 실패가 MBK라는 이름에 미칠 평판 리스크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 본 펀드를 통해 이 같은 시도에 나선 것은 LP들에게 MBK의 투자 확장성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한국에서도 새로운 투자 전략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 "MBK만이 할 수 있는 거래" VS. "PEF 업계 전반에 부담"
동종업계에서 이번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공개매수와 경영권 확보 전략은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선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거래들이다. 하지만 오너 경영 기조가 뿌리깊은 우리나라에선 쉽게 보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기업 또는 오너와의 관계, 네트워크와 트랙 레코드로 한국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하는 국내 운용사들은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전략임에는 분명하다.
국내 대형사 PEF (A) 대표급 관계자는 "(MBK와) 유사한 방식의 거래들을 우리도 검토했지만 실제로 투자까지 이어지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사실상 외국계 자본으로 구성된 MBK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이자, 마이클(김병주) 회장이기 때문에 추진할 수 있는 거래로 본다"고 평가했다. 결국 출자기관 또는 대기업의 눈치를 덜 볼 수 있는 외국계 자본으로 구성된 운용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라는 것이다.
다른 한 PEF (B) 대표는 "재벌 기업들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언제든 (사모펀드가) 반대편에 설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으로 본다"며 "MBK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PEF(C) 한 대표는 "MBK가 이번 거래에 성공한다면 오너가 낮은 지분율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을 타깃으로 한 유사한 투자 전략이 늘어날 수 있다"며 "물론 당분간은 해외 운용사들에 국한해 이같은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시선도 제기된다. 또 다른 대형 PEF(D) 대표급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역할론이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게 되면 PEF 운용사들은 물론 국내 기관투자자들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적대적 M&A' 아니라며 '공격'에 혈안…이사회ㆍ정치권ㆍ대기업 반발 무시 못해
MBK파트너스는 이번 거래에서 과거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격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적대적(Hostile) M&A가 아니다"라는 MBK의 호소가 무색할 정도의 수준.
수차례 배포한 보도자료ㆍ입장자료를 통해 고려아연 진영의 자금 모집을 폄훼하거나 무시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일본 스미토모 같은 원자재 공급업체가 지분을 사면 당신들이 배임이 된다" "소프트뱅크나 베인캐피탈이 인수하면 향후 지분 매각이 불가능할 것이다" "엑시트 방안이 없다" 한국증권의 단기자금 대여는 무리한 투자가 될 것이다" 등등.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정당성과는 모두 거리가 먼 주장들로, '남의 제삿상 감놔라, 배놔라' 식의 적의가 드러난다.
이런 와중에 'MBKㆍ영풍' 연합군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상당하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7인은 MBK의 경영권 인수시도를 '적대적 M&A'로 규정,모두 최윤범 회장 측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MBK는 단기 기업가치 제고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어 회사와 지역사회가 큰 손해를 입을 것이고, 외국자본인 MBK는 국내기업과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MBK가 해당 이사회에 대해 "이사회 기능이 훼손됐다"고 반박하자, "사내이사 5명 가운데 2명이 구속된 영풍 이사진이나 제대로 감독하라"로 비판했다.
이번 이슈가 정치권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두겸 울산시장이나 지역사회의 반발은 시작일 뿐이고,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국정감사에 김병주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투자건에 대한 구조조정 이슈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도 최근 영풍 장형진 고문 등에 대한 배임 혐의 고소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기간산업 및 핵심기술 해외 이전' 이슈로 사태가 불거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서면 경영권 인수 시도 자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현대차ㆍ한화ㆍLG 등의 움직임도 남아있다. MBK는 "대기업들이 최윤범 회장을 위해 나서지 않을 거다"라며 본인들이 사전 예측하고 나섰지만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들이 지분매입 경쟁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이사진 교체 과정에서도 MBK 편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사모펀드 1대 주주를 원치 않는 대기업 오너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매 사안마다 몽니(?)를 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향후 MBK에 대한 재계와 오너들의 시선이다. 한국타이어와 고려아연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모습을 보여준 MBK파트너스를 두고, 대기업 오너들이 과연 거래를 하려고 할지 알 수 없다는 것. 재벌 중심으로 움직이는 재계에 감히(?) 맞선 MBK가 과연 '덜사악한 사람들(The Lesser Evil)'으로 평가받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Invest Column
해외자금 계속 유치하려면 새로운 투자테마 보여줘야
이번엔 본 펀드서 투자,김병주 회장 지도 아래 적극 시도
"감히 재벌과 맞선다" 는 시도에 업계 반응 엇갈려
"아니다"해도 결국 적대적 M&A…정치권ㆍ대기업 반발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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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9월 20일 16:4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