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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매입 2차 공고를 앞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LH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3조원 규모의 건설업계 보유 PF 사업장을 매입해야 하는데, 2조원 규모로 진행됐던 1차 신청률이 크게 저조했기 때문이다.
LH는 공공기관 특성상 매도자의 눈높이에 맞춰 사업장을 비싸게 매입할 수 없는데, 정부 주도 사업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LH는 9월 중 건설업계 보유 토지 매입(매입확약) 2차 공고를 올릴 예정이다. 당초 LH는 7월 중 2차 공고를 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9월 중으로 연기했다. 1차 공고 당시에도 4월 26일까지였던 신청기간이 5월 3일까지 정정되기도 했다.
신청률이 저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H에 따르면 1차 공고 기간인 5월 3일까지 총 6건, 상한 기준 가격으로는 총 545억원의 토지 매각 의향이 접수됐다. 1차 매입 목표였던 2조원에 한참 부족한 수치다.
건설업계는 LH에 토지를 매각할 유인이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LH는 매각희망가격이 낮은 순으로 매입(또는 매입확약)하는 역경매 입찰 방식을 활용했는데, 공시지가의 90%를 상한으로 내놓은 곳에 한해 신청을 받았다.
건설업계는 민간 운용사들뿐 아니라 1군 건설사들도 증권사와 함께 부실 PF 사업장을 담기 위한 펀드를 조성 중인데, 굳이 LH에 저렴하게 토지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LH는 2차 공고를 앞두고 신청률을 높이기 위해 업계의 의견 수렴해 방식을 다소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으로 파악됐다. 다만 LH는 이미 재무위험기관(부채비율 200% 이상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만큼, 사업장을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방향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LH에 부실PF 사업장 매입이라는 업무를 떠넘겼지만 대주단은 여러 매입자들을 두고 저렴한 가격에 LH에 토지를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고, LH가 매도자의 눈높이에 맞춰 사업장을 매입하자니 '혈세로 왜 망가진 사업장을 사느냐'는 논란이 일 것이 뻔하다"며 "LH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LH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 주도로 PF 부실사업장의 토지와 채권을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민간 매도자와의 가격을 두고 이견 차를 줄이기 어려워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총 1조 1050억원 규모로 조성된 캠코의 PF 정상화펀드 또한 대주단과 운용사의 눈치싸움이 길어지며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업계 불만이 나온 바 있다. 해당 펀드는 5개 위탁운용사(신한·KB·캡스톤·이지스·코람코)가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PF 브릿지론 사업장의 대출채권을 헤어컷(평가절하한 후 채무를 조정)을 통해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PF 정상화펀드는 출범한 지 1년가량 흘렀지만, 2300억원의 투자밖에 집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급격한 부침을 겪은 부동산 시장을 두고 정부 주도냐, 자율시장에 맡기느냐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을 본다면 정부 주도 해결책은 단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고, 업계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1차 매입 목표 2조원이었지만 신청은 545억원에 그쳐
매각희망가격 낮은 순으로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에
대주단, LH에 토지 매각할 유인 없어
공공기관인 데다 부채비율 높아 매입가 높이기 어려워
정부 주도 부실 PF 살리기에 대한 의문도
매각희망가격 낮은 순으로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에
대주단, LH에 토지 매각할 유인 없어
공공기관인 데다 부채비율 높아 매입가 높이기 어려워
정부 주도 부실 PF 살리기에 대한 의문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9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