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기업 탈바꿈 기로에 선 한화오션…기존 주력 상선 운명은?
입력 24.09.24 07:00
기존 주력 상선은 실적·인력·노사 등 과제
DK의 방산 '사랑'에 중요해진 김희철 대표 역할
  • 한화오션의 관심이 기존 주력 사업부문이었던 상선에서 특수선을 위시한 방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상선 사업부문은 한화그룹 차원에서도 주력이 아니었는데 한화오션 내에서도 비중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한화오션의 '정체성' 갈림길에 김희철 신임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현재 한화오션은 인사 이동 시기에 그룹 내 '비선호' 계열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산, 에너지 등 그룹의 기존 사업과 비교해 상선 사업은 '새롭다'는 이유다. 아울러 노사 문제, 납기 지연 등의 이슈로 한화오션에 인사발령이 날 경우 '고생한다'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한화오션 매출에서 상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기준 약 80%로 가장 크다. 그러나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특수선 부문이 회사를 이끄는 모양새다. 매출이 상선 부문의 16%밖에 안 되는 특수선 부문은 73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선 부문은 오히려 43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에서 김동관 부회장의 관심은 잠수함에 국한된 듯하다"며 "오죽하면 김동관 부회장이 특수선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떼 신규 상표를 낸 한화해운에 붙일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라 밝혔다.

    다음 달 공식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앞둔 김희철 대표는 한화오션이 당면한 과제에 어깨가 무거울 거란 분석이다.

    우선 과제는 흑자전환이다. 한화오션은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중 유일하게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0~2021년에 저가로 수주한 컨테이너선의 영향이 컸다. SK증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저가호선의 야 90%가 인도되고 LNGC 매출 비중이 확대돼 실적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조선사들의 인력 부족에 따른 공정지연 여부가 실적 개선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안전 관리와 노사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남 거제 한화오션 협력업체 노동자가 선박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한화오션의 산재 사망 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5번째다. 이후 거제사업장 생산이 하루 동안 전면 중단됐다.

    한화오션 노사는 한화그룹의 대표 보상 체계인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작년 5월 노조와의 상생 협약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2023년 '경영 목표 달성'에 따라 RSU 300%를 지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한화오션이 작년 경영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며 RSU 지급 조건을 두고 갈등이 발생했다. 20여 차례 임단협 교섭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아울러 지난 7월부터 노조가 간간이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사고로 노조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오션이 상선과 방산 중 어느 분야를 주력으로 삼을지가 관건이다.

    김희철 대표가 특수선사업부 등에서 두각을 드러낼 경우 다시금 김동관 부회장의 핵심 인물로 부상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희철 대표는 이번 인사 이전에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 대표직을 맡으며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인물로 꼽힌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방산 부문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9월 4일 폴란드 방산그룹 WB와 잠수함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오르카(ORKA) 잠수함 건조 사업 수주를 위한 양사 간 협력 강화가 목적이다. 양사는 독자적 MRO(유지·보수·정비) 패키지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함정정비 사업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를 통해 연간 약 20조원 규모의 미해군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지난 6월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리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조선소의 핵심 사업 영역은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이다. 한화오션이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김희철 대표에게 이번 인사는 '양날의 검'으로 보인다"며 "당면한 과제가 많고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이는 동시에 다시 두각을 발휘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