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공-코람코, 국민연금-이지스…불황에 멀어지는 LP-GP 사이
입력 24.09.24 07:00
취재노트
LP-GP 관계 변화 조짐…교공-코람코 파트너십 '삐걱'
성과·투명성 압박에 국민연금-이지스 협력도 주춤
새 판 짜이는 부동산 시장, LP들 운용사 물색 나서나
  •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주요 기관투자자(LP)와 부동산 운용사(GP)간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앵커 투자를 통해 밀접한 협력 관계로 인식되던 한국교직원공제회-코람코자산신탁, 국민연금공단-이지스자산운용 간 관계가 최근 소원해지는 양상이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이하 교공)는 이달 '더케이(The-K)호텔 서울' 부지 재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연면적 58만9000㎡ 규모에 달하는 강남 지역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인 만큼, 공모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을 비롯 코람코자산신탁, 마스턴투자운용, 삼성SRA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등 등 국내 대형사들이 전부 참여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이하 코람코)가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다. 교공은 코람코 블라인드 펀드 대부분의 주력 투자자다. 특히 2호 펀드에는 3분의2 규모를 출자하면서 앵커 LP로 나서기도 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지스, 코람코, 마스턴 3사가 숏리스트에 올랐을 때 대다수가 코람코의 우협 선정을 예상했기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공과 코람코 사이가 소원해진 데에는 올해 오피스 빌딩 매물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화재 사옥 ‘더에셋’ 거래가 자리 잡고 있다. 더에셋 매각 당시 교공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매입을 추진했지만, 매각 측이었던 코람코가 교공이 아닌 삼성SRA운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면서다.

    또한 교공이 사모 리츠 지분 약 67% 보유한 강남 오피스빌딩 '케이스퀘어 강남2'와 천안 갤러리아 백화점 매각 시기, 역삼동 아크플레이스 매입 등과 관련해서도 코람코와 교공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람코 블라인드 담당 임원들과 교공 측이 최근 일부 투자 건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였다"며 "양측의 협력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과 이지스자산운용(이하 이지스) 간의 협력 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국민연금은 이지스가 조성한 부동산 운용업계 최초의 블라인드 펀드에 참여했고, 3개의 블라인드 펀드에 앵커 LP로 참여했다.

    국민연금의 마곡CP4(마곡 원그로브)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이지스는 우량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민연금이 역대 최대 투자액인 2조3000억원 규모의 선매입 계약을 체결했던 만큼, 국민연금 대체투자실이 이지스에 직접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스는 이밖에도 프로젝트 펀드로 투자한 국내 PF사업장, 해외부동산 등 일부 자산도 손실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양측의 미묘한 분위기는 최근 국민연금의 대출 펀드 출자사업에 이지스가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모에는 다수의 상위 운용사들이 지원했지만, 이지스와 마스턴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지스에 대규모 자금을 위탁한 만큼, 높은 성과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많은 운용사들이 직면한 과제이지만, 정부가 부동산PF 부실화에 주목하고 있어 국민연금으로서는 자산 관리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존 주요 관계들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자, 연기금ㆍ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새로운 운용사 물색에 나서고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번 변화가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LP들은 더욱 신중하고 다각화된 투자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운용사들의 투자 성과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부동산 투자는 해외 운용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LP 관계자는 "투자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며 "단순 친분이나 과거 성과보다는 객관적인 지표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