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제안해 달라”…시장에 남은 리밸런싱 맡긴(?) SK그룹
입력 24.09.25 07:00
올해 굵직한 건들 진행 수순…앞으로 남은 카드는?
계속 '팔 것' 찾고 있지만 '알짜'는 힘들다 관측도
시장에 "매각 아이디어 달라" 적극 반응 살피기도
'위기 넘겼다?' 리밸런싱의 여파 우려도 고개 들어
  • SK그룹은 올해 상반기까지 그룹 리밸런싱에 총력전을 벌였다. 하반기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사는 ‘앞으로 내놓을 것들’에 쏠린다. 일련의 리밸런싱 작업으로 상반기를 보내면서 당분간 정말 ‘알짜’ 매물은 나오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SK측도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구해보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현재도 SK그룹의 계열사 매각과 통·폐합 작업은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스페셜티 매각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100%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어센드 엘리먼츠 지분 7.7%를 사모펀드인 SKS프라이빗에쿼티(SKS PE)에 9823만달러(1316억원)에 매각했다. SK그룹은 지난달 베트남 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자회사 원커머스 지분 7.1%도 약 2700억원에 매각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 등 알짜 회사는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로 품었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연초 716개였던 SK그룹의 종속회사 수는 상반기까지 667개로 줄었다. SK그룹은 또한 임원수를 축소하는 등 타이트하게 조직을 운영할 방침으로 알려지는데, 이에 올해 경영진 인사 폭이 어떻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도 SK에서는 ‘오픈 마인드’로 시장의 제안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투자자를 비롯해 일부 투자은행(IB)들은 각 회사의 경영진 측과 접촉하며 논의를 하고 있는 건들이 확인됐다. 리밸런싱이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오너단에서 의지를 가진 작업인 만큼 적극적으로 시장의 반응을 파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는 일단 ‘다 열려있다’는 입장인데, 시장에서 워낙 SK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자 회사, 펀드의 전략에 맞는 제안을 해보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SK가 지금 시장에서 관심 갈만한 알짜 회사를 내놓으려면 어느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내놓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들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엔펄스 지분 등이다. 

    하반기부터 시장에 대기업발 매물이 대거 등장할 분위기가 감지되는 점도 변수다. 현재 여러 대기업들이 비주력 사업 매각 등 카브아웃(Carve-out) 딜에 집중하고 있다. 사모펀드(PEF)들은 펀드 규모가 커지고 자금을 소진해야 하는 수요가 있지만, 여러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선택지’가 많아지게 된다. 

    가장 적극적인 SK 외에도 여러 그룹이 시장에 아이디어를 제안해 보라는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부 비주력 사업 매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부동산 자산 활용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신세계, LG, 현대차도 비주력 사업 매각이 거론되는 그룹들이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SK가) 정말 급하다면 ‘알짜’를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다소 ‘아까운’ 것들만 있는 상황”이라며 “그룹 측에서도 지금은 어느 정도 위기를 수습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 당장 큰 매물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관측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리밸런싱 작업들의 ‘결과’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회사를 통폐합하고 매각하면서 생긴 파열음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기존 SK E&S는 CIC(사내독립기업) 개념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통합 SK이노베이션의 의사결정 방향을 따라야 한다. SK E&S 임직원들은 지금까지는 안정적인 성과에 기반해서 성과급(인센티브)을 받아왔으나, 통합 후 이러한 보상 체계 유지도 불확실해질 수 있다. 추형욱 SK E&S 대표가 통합법인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 합류하는 등 무게추를 맞추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균형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SK스페셜티 매각도 초기엔 특수가스 및 사업부문인 SK㈜머티리얼즈를 배제한 상황에서 진행이 되면서 조직에 긴장감이 돌았다. SK㈜가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할 수 있지만 구성원들의 동요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SK키파운드리, SK넥실리스 등은 실적 부진으로 희망퇴직이 진행되면서 씁쓸한 분위기다.

    한 그룹 내부 고위 관계자는 “리밸런싱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제대로’ 되고 있나 의문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결국 ‘SK온 살리기’로 귀결되는 작업들인데 이 모든 과정 이후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계열사들의 인적 슬림화도 경영진이 판단을 잘못하면서 조직이 비대해졌던 것이라 결국에는 직원들이 되려 책임을 지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