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 아쉬운 삼성전자, 회사채 발행 압박 커졌다
입력 24.09.27 07:00
美연준 본격 금리 인하에 제반 마련
반도체 업황 우려에 회사채 시장 복귀 가능성
발행 절차는 미착수…IB업계, 내년 예상
  • 삼성전자가 미국법인을 통해 회사채 발행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주관사 선정 전 물밑작업에 나섰다.

    글로벌I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채권 발행 규모는 미정이며 시기는 내년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올해 말 인사를 앞두고 있는데, 새 재경팀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이후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채권 발행 여건이 좋아졌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연준은 연내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발행 목적 또한 아직은 '불명'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정확한 발행 목적을 알리지 않아 추측뿐"이라 전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회사채 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현금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일 거라 판단하고 있다.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SK하이닉스에 비해 HBM 비중이 작아 범용 메모리 변동성에 노출돼 있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도 부진으로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는 최근 분석 리포트를 통해 일제히 목표 주가를 낮춘 바 있다. 예상 실적치도 낮춰잡았다. 3분기 삼성전자의 순이익 전망치는 8월 말 11조4000억원 선이었으나, 지난 10일 10조7108억원까지 떨어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증권사와 회사채 발행 여건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금고가 말라가고 있다. 삼성전자 개별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0년 말 30조90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7조8182억원으로 떨어졌다.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빌린 20조원을 내년 8월 갚아야 해 삼성전자가 자금을 마련해야 할 유인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작년 2월 조달 당시 금리를 4.6%로 잡았다. 연간 이자비용은 9200억원이며, 만기 일시 상환을 하는 경우 총 이자비용은 2조3000억원이다.

    다만, IB 업계는 삼성전자가 실제로 회사채를 발행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회사채 발행 소식이 이어졌지만 12년 동안 발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글로벌본드는 2012년 5년 만기로 발행한 게 마지막이며, 원화채권은 2001년 이후 발행하지 않았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간만에 등장하는 삼성전자 회사채는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실무단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