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회계사 채용 '러브콜'...빅4 자리 없다지만 '글쎄?'
입력 24.09.27 07:00
금감원, 내년도 채용에 CPA 자격증 우대
신입 중 회계사, 2017년 30명서 올해 1명
올해 빅4 채용 줄이며 금감원 '반사이익'?
여전히 큰 빅4와 격차…"처우 개선 필요해"
  • 회계사가 절실한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년도 신입직원 채용공고에서 '자격증 우대사항'을 신설하며 회계사 모시기에 나섰다. 올해 빅4 회계법인의 신규 채용규모와 공인회계사 합격자 사이의 역대급 '불균형'이 발생한 것에 기대를 걸어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 연봉 등 처우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빅4 선호도가 뚜렷한 회계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내년도 신입직원 채용공고를 발표했다. 올해 채용공고에선 새롭게 자격증 우대사항 항목이 신설됐다. 국내 회계사(CPA)와 변호사,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지원자에 대해 전형 만점의 10% 가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1차와 2차 필기전형 모두에서 가점이 부여되고, 획득 점수가 아닌 전형 만점의 10% 가점이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금감원이 다소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혜택을 부여하면서까지 회계사 모시기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회계사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2017년 신규 직원들 중 CPA 자격증 보유자는 30명에 달했지만, 그 수는 갈수록 줄어들어 2022년엔 7명, 2023년엔 6명, 올해는 1명에 불과했다.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력직원들의 대형 로펌 등으로의 이직 역시 고민거리다.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업무의 특성상 일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서에는 CPA 자격증 소지자가 꼭 필요한데, 인력이 들어오지는 않고 자꾸 나가기만 해서 내부적으로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빅4 회계법인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회계법인에 취업을 하지 못한 신규 회계사 인력을 금감원이 흡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해 빅4 회계법인의 채용규모는 8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1200여명의 신규 합격자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로컬 회계법인 채용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200여명의 회계사가 '낭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눈'을 사기업뿐만 아니라 금감원까지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입 회계사들의 수습 기간을 고려하면, 사기업보다는 금감원의 매력도가 더 크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신입 회계사들의 수습 기간은 수습을 받는 기관에 따라 달라지는데, 금감원은 회계법인과 마찬가지로 외부감사 과정까지 마치는데 2년이 필요하다. 반면 사기업은 기타 수습기관으로 분류돼 총 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다만 여전히 신입 회계사 입장에선 금감원이 회계법인을 대신해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처우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2018년 '신외감법'이 시행되며 회계사의 몸값이 치솟은 이후, 통상 빅4 회계법인에서 억대 연봉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4~5년 정도다. 반면 준정부기관 취급을 받는 금감원의 연봉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이에 올해 빅4 회계법인에 취업하지 못한 신입회계사들이 로컬 회계법인이나 금감원을 택하기 보다는, 재수를 해서라도 빅4 입성을 노릴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역시 빅4가 채용 규모를 크게 줄이며 '구직난' 이슈가 불거졌지만, 지난해 말 진행된 올해 채용에서 금감원으로 향한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는 1명에 불과했다.

    한 빅4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최근 신규 회계사들의 성향을 보면, 관(官)직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보수가 높은 빅4 회계법인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다"라며 "금감원이 회계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선 채용문을 넓히기 보다는 보수와 워라밸 등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빅4에서 근무를 시작해 업무를 숙달한 뒤 빅4에 남아 고소득을 노릴지, 로컬펌으로 이직해 '워라밸'을 챙길지, 타 업종으로 옮겨 다양한 경험을 쌓을지 고민하게 된다"며 "수련기간 2년 동일 혜택이 있다 해도 올해 배출된 회계사들이 금감원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긴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