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법인 IPO '실익' 논란…'눈 앞 4兆 위해 ROE 50% 회사를?'
입력 24.10.07 07:00
인도 금융당국 현대차 상장 승인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공모로 기록될 듯
인도법인 年 1조 순이익…당장 4조마련 위해 상장?
국내로 들여올 배당도 일부 포기해야할 듯
  • 현대차 인도법인(HYUNDAI MOTOR INDIA LIMITED; HMI)의 기업공개(IPO)가 정말로 회사에 이익일까? 그간 국내 증시에서는 비상장 우량 자회사가 '시가'로 평가받으며 현대차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막상 실행을 앞둔 현 시점에선 '손익계산서'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시장 확대에 대해 이견을 다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다만 ▲조달한 자금을 상당기간 예치해둘 가능성이 크다는 점 ▲해외법인으로부터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는 막대한 배당금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점 ▲고용 리스크를 짊어져야한다는 점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인도란 국가의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규제 속으로 편입된다는 부담 등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란 평가가 나온다.

    印 당국 상장 승인...공모 규모 4兆 '인도 사상 최대'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는 최근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를 승인했다. 지난 6월 예비투자설명서(DRHP)를 제출한지 약 3개월만이다. 공모는 현대차가 보유한 일부 지분을 구주매출하는 방식으로 진행, 규모는 35억달러(한화 약 4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IPO에 성공할 경우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3년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마루티 스즈키의 상장 이후 20년만에 증시에 입성한 완성차 제조업체가 된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 1997년 타밀나두주(州) 첸나이 공장에서 첫 모델인 쌍트로를 양산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차는 먼저 증시에 입성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약 15%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현지 2위 업체다.

    인도는 과거 현대차그룹의 전진기지였던 중국과 러시아 권역을 대체하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인도법인은 10조6300억원의 매출과 92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현대차의 제1시장인 미국법인(HMA, 매출액 40조8000억원, 순이익 2조7700억원)에 이은 두번째로 큰 규모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인도판매는 현대차 77만대, 기아는 약 32만대로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지난해 순이익도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공장 가동률은 98.6%(2024년 반기 기준)에 육박할 정도로, 현대차는 이미 향후 10년간 첸나이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州)에 2000억루피(한화 약 3조2000억원) 투자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의 사업적 성장과 더불어 전세계 5위권 규모로 커진 인도증시의 성장세는 이번 IPO 추진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타는 인도 증시엔 지난해 총 242건의 IPO가 진행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4兆 예금해 연 7% 이자 받는 게 최선? 국내 유입 배당도 크게 줄어

    사실 성장세가 가파른 증시에 최대규모의 상장을 추진한다는 '상징성'과 현대차가 IPO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일단 현대차의 인도법인 지분(812만5411주)은 현재 장부가액(754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한 현대차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거란 평가다.

    올해 중순 IPO에 대한 기대감은 한차례 증시에 반영돼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미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로 상승효과가 상쇄한지 오래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호재가 선반영된 상황에서 현대차의 뚜렷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도법인의 상장이 직간접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단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운용사 주식운용 한 관계자는 "현대차 인도법인의 IPO는 이미 현대차 현재 밸류에이션에 반영돼 있다"면서 "오히려 해외 상장으로 인한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봐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약 50%수준으로 추산된다. 자본금은 약 2조원, 연간 1조원의 순이익을 기록중이다. 이런 초우량 기업을 '현 시점의 가치'로 판단해, 이 중 상당수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을 따져봐야한다는 평가도 있다. 

    당장 수 년 내 투입해야할 자금도 아닌 4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굳이 갈라야 하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 상장기업 상당수는 IPO를 통해 마련한 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에 예치해두는게 일반적이다. 현재 인도 기준금리는 6.5%이며, 1년 정기예금 금리는 7.5% 안팎에 형성돼있다. IPO로 조달한 4조원을 단기간에 모두 생산성을 높이는 데 투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IPO 시점에서 매각된 지분 가치는 현금으로 전환되고, 이 현금은 연 7% 수준의 이익을 내는 '저성장' 자산이 되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자는 "기업의 ROE가 50%라는 건 아주 단순하게 따졌을 때 1000원의 자본을 투입하면 1년에 500원을 벌 수 있다는 뜻"이라며 "조달한 4조원을 연 50% 수준의 수익을 내는 '고성장'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게 현대차에게 큰 이득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도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재투자해 국내 본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추후 인도법인으로부터 국내로 끌어올 수 있는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단 점은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추가적인 구주매출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금은 한화로 약 4조원에 불과한데 이를 마련하기 위한 기회비용을 따져봐야한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 그룹의 현금흐름으로도 충당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해외법인 유보금 59억달러(7조8000억원)을 배당금의 형태로 국내로 들여왔다. 2022년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과 비교해 4배이상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6월 법인세 개정안(2022년 세제개편안)이 시행한 효과다.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정부차원에서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며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유도하는 방안 중 하나로 실행된 제도인데 인도법인의 상장이 현대차의 해외 자본 유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체 한 관계자는 "상장을 하게 되면 지분율이 줄어 배당을 (일부) 포기해야하고, 상장사로서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를 직접적으로 받아야 한다"며 "'해외 자회사의 사상 최대 규모 상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빼면 굳이 상장을 하려는 목적을 쉽게 이해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수관계인 거래시 '소액주주' 허가 받아야...고용리스크도 매우 커 

    상장사에 가해지는 인도 증시의 규제 역시 회자된다. 일례로 인도는 '특수관계인 거래에 대한 소액주주 동의' 규제가 가장 엄격하게 시행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인도 상법은 경우 최대주주는 물론 자회사, 관계회사의 경영진 및 그 친척까지 특수관계인으로 인식한다. 상장사가 이들과 연간 10억루피(약 150억원) 이상의 거래를 하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수관계인을 임직원으로 파견할 경우에도 보수가 월 25만루피(약 397만원)을 넘으면 역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경우 연구개발 및 보험, 캐피탈도 함께 진출해 있는데다 모비스 등 협력사와 공조하고 있는만큼 상장시 국내 증시에서는 겪을 수 없는 상당한 경영상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인 인도는 젊고,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생산 인력들을 수급할 수 있단 장점이 뚜렷하다. 단, 그로 인한 고용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한다. 실제로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잦은 노조의 파업과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물론 현대차의 경우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고용리스크가 항시 상존하고 있지만 고용 이슈가 현대차 인도상장법인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단 평가다.

    인도법인 상장에 대한 실효성 논란으로 인해 그룹 내부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인도법인 상장은 그룹 내 핵심으로 부상한 장재훈 사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IPO 주관사(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HSBC)선정 과정에선 장재훈 사장과 씨티증권의 박장호 대표이사의 돈독한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장재훈 사장의 치적으로 기록될 이번 인도법인 상장이 성공한다면 장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한 층 공고해 질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물론 상장으로 인한 유무형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진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단 지적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