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 속도 나는 건 인력조정뿐
입력 24.10.07 07:00
Invest Column
정용진 회장 체제서 개선 작업 한창
누적된 부담 줄이기엔 부족한 성과
조급한 분위기 속 인력조정은 속도
경영진 과오 직원들이 부담하는 꼴
외부 출신 임원 책임인사 가능성도
  • 정용진 회장은 지난 3월 신세계그룹의 회장으로 승진했다.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이후 반 년여 간 정 회장이 개인 목소리를 줄이고 그룹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며 달라졌다는 평가가 따랐다.

    그렇다고 정용진 회장의 속이 편할 상황은 아니다. 본업은 부진하고 투자 부담은 여전하다. 회장 승진 역시 그룹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란 시선이 없지 않다. 이명희 총괄회장의 조직인 경영전략실의 존재감은 다시 커졌다. 직함만큼 힘이 따르지 않는 처지다.

    가장 불편한 것은 과거 벌인 일들의 성과가 마뜩잖다는 점이다. 특히 쓱닷컴의 재무적투자자들에는 연내 조단위 자금을 물어줘야 한다. 진흙탕 싸움으로 갔다면 '불편한 공생'에 그쳤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체면을 지키자니 출혈이 작지 않고, 그만큼 그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정용진 회장 입장에선 올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 한다. 신세계건설로 촉발된 위기는 잘 해소하고 본업도 반등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 정도를 정용진 회장 취임 첫해 치적이라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정 회장과 그를 보좌하는 경영진 모두 조급할 수밖에 없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 CJ그룹과 전방위 사업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아직 협력 방안이 구체화하기 전에 신세계가 발표를 서두르면서 CJ그룹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에 부상한 임원들이 '보여주기'에 집중한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는 사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만한 것은 비용절감, 그 중에서도 인력 조정으로 좁혀지는 모습이다. 작년 창사 이래 첫 손실을 낸 이마트는 지난 3월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지난 7월 쓱닷컴에 이어 지난달 말 지마켓도 희망퇴직 계획을 알렸다. 그룹 내 동요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쓱닷컴은 본사 이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여러 후보지를 두고 조율하고 있는데, 정용진 회장도 경영진 회의에서 추진 상황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을 준비하며 직원들의 주소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졌는데, 본사를 외지로 옮겨 직원 이탈을 가속화하려는 것 아니냔 시선도 있었다.

    배경이 어떻든 수년간 누적된 경영 판단의 타격을 직원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와 경쟁하다 지마켓을 비싼 가격에 샀고, 몸값 욕심을 내다 쓱닷컴 상장 시기를 놓쳤다. 이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펴다가 위기론에 휩싸이고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간 SK그룹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인력 조정은 비단 직원들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경영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꺼내는 카드는 임원 감축이다. 지금까지 다소 과감해 보였던 신세계그룹의 확장 행보는 외부에서 온 전문가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돌아올 정기 인사에서 외부 출신 임원들에 대한 책임 제기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