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특수가스 외엔 안 팔리는 사업뿐…계속되는 지주 수혈 요청
입력 24.10.07 07:00
필름사업부 매각 난항…내달 연장불가 부채 1500억 도래
조단위 특수가스 매각 대금 유입에도 자금력 역부족
"사업 청산이 대안"…효성그룹 계열분리에도 영향 우려
  • 효성화학이 특수가스 사업 매각을 통해 일시적 숨통은 틔웠지만,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되는 본업 적자와 더딘 구조조정으로 지주회사인 ㈜효성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된 까닭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부 사업부 청산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특수가수(NF3) 사업 매각 대금은 약 1조2500억원으로, 이는 연내에 유입될 예정이다. 이는 회사의 연결 순차입금 2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효성화학은 매 분기마다 금융이자만 600억원 넘게 지출하는 상황이다.

    효성화학의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3조원을 넘어선다. 부채비율은 무려 17만%에 달한다.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해도, 효성화학 채권을 사들이려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올해 6월 진행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는 기관들의 매수 주문이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효성화학은 지주사인 ㈜효성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마저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효성이 전액 인수하는 조건으로 발행해야만 했다. 5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지주회사의 돈으로 자본 부족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본업의 지속적인 적자도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효성화학은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으로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3분기에 이어 4분기 적자가 예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영구채를 1000억원 추가 발행한 건이 아니었으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효성화학은 올해 11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만 약 1500억원에 달한다. 불어나는 채무를 두고 대주단의 만기 연장(웨이버) 합의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워크아웃행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에 효성화학은 현재 내장필름(TAC) 사업부와 친환경 신소재 폴리케톤 사업부 매각을 위해 잠재 매수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 및 전략적 투자자(SI)로 꼽히는 대기업들은 물론, 벤더사들도 효성화학 제조사업부의 경쟁력 부족을 우려해 인수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M&A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부들은 국내 사업자 지위가 1위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중국이나 인도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어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해볼 수 있겠지만, 중국은 신뢰 문제가, 인도는 관련 인프라 미비로 인한 시간 소요가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선 효성화학의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속적인 손실을 감수하며 사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필름사업부처럼 경쟁력 없는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매각보다는 과감한 청산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화학의 이러한 상황은 최근 진행 중인 효성그룹의 계열 분리 작업과 맞물려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재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분리된 효성그룹의 재무상태를 계속해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화학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는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를 넘어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특히 계열 분리를 앞둔 시점에서 효성화학의 재무 문제는 그룹의 미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효성 측은 "사업부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효성의 영구채 지원도 투자 이익을 고려한 행보로 채무 상환 역시 큰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