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혼란 부추긴 밸류업 ETF 산정…최대 수혜자는 산업은행?
입력 24.10.10 07:00
HMMㆍ한진칼ㆍ대한항공, 주가 일시적 상승에
밸류업 ETF 출시로 추가 자금 유입 기대감도
금융당국 눈치에 주주환원 정책 강화도 불가피
산업은행, 밸류업 수혜로 재무구조 개선 전망
  • 정부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100대 종목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KB금융·통신주 등 대장주를 제외한 상황에서, HMM 등 일부 산업재 종목들을 편입한 것을 두고 의구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예상 외 평가를 받는 종목들이 지수 편입 이후 주가 상승을 보이면서, 이들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재무제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이 이번 밸류업 지수 발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자산 33조10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0조8030억원) 대비 1조3000여억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의 총 자산은 317조658억원에서 333조2074억원으로 약 16조원 늘었다.

    산업은행의 투자자산은 올해 3분기에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HMM, 한진칼, 대한항공 등 3개 종목에 산업은행의 보통주 투자 지분이 높은 까닭이다.

    산업은행은 HMM 지분 30.9%(보통주 2억3119만9297주), 한진칼 10.58%(706만2146주), 대한항공3.32%(1223만9902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밸류업 종목 발표 전후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HMM의 주가는 1만7310원에서 최고 1만8860원(8%상승), 한진칼은 7만3000원대에서 9만원(23% 상승)까지 뛰었다. 대한항공도 2만2200원에서 2만29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HMM의 경우, 이달부터 영구채를 상환하면서 산업은행 지분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HMM은 지난 2019년 운영자금 등의 목적으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약 1조4000억원을 차입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중 산업은행이 보유한 무보증 전환사채(CB)만 7000억원에 달한다. 

    HMM의 주가가 당시 설정한 전환가액(5000원)을 한참 웃돌기 때문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3배 이상의 지분 수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밸류업 편입 종목들이 보합세를 거치고 있으나, 다음달 자산운용사 10여곳이 밸류업 지수 ETF를 출시하면서 자금 유입 효과가 긍정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출시할 상품은 대부분 기초지수를 90% 이상 추종하는 '패시브 ETF'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발표와 더불어 ETF 출시 등이 예정됐기 때문에 100개 종목에 대한 패시브 자금 유입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간 HMM은 해운업 업황 변동성 및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보수적 태도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선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지수 편입 이유를 두고 시장에선 의구심이 높았다. 다만 이번엔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면서, 배당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항공업계에서 유일하게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대한항공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30% 이내'라는 주주환원 배당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지분가치 상승 및 배당금 확대는 산업은행의 자본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결국 밸류업의 최대 수혜자가 산업은행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밸류업 주가 흐름을 따라가면 산업은행 보유 지분의 평가 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3분기 재무제표상 산업은행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