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원에 사준다는데 77만원에 멈춰선 고려아연…투자자들 손익 계산에 '머뭇'
입력 24.10.10 07:00
MBK vs 고려아연 매수가 83만원 동일
차익 가능해도 75만~75만원에 횡보하는 주가
안분비례 부담에 세금까지 고려해야
MBK? 고려아연? 유불리 따지는 투자자들
  • MBK파트너스와 영풍,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양측 모두 사활을 걸고 83만원에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77만원대에 머물러있는 상황. 투자자들은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약 75~77만원에 걸쳐 수 일째 횡보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한국기업투자홀딩스)은 주당 83만원에 최대 302만4881주(14.6%)를 사들인다는 계획이고, 고려아연은 372만6591주(18%)를 자사주 형태로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MBK 측은 오는 14일까지, 고려아연은 23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양측 모두 최소 매수 수량 제한은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단순하게 계산하면 77만원에 형성된 현 주가에서 주식을 매집해 83만원에 공개매수를 신청하면 주당 5만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통상 공개매수가격이 발표하면 매수가 근처에서 주가가 형성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고려아연의 경우 매수가와 현 주가 사이 격차가 유지한 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실질적인 유통물량 주식은 약 20% 내외로 추산된다. 우호지분과 국민연금 보유분 그리고 자사주를 제외한 규모다. 양측 모두 현재 시장에서 유통하고 있는 모든 주식을 매입하는게 아니다보니 공개매수 최대 수량을 초과하면, 주주가 공개매수 신청을 했더라도 MBK와 고려아연 측이 인수하지 않는 주식이 발생할 수 있다. 

    초과한 수량에 비례해 안분비례하는 방식, 즉 최대 매수수량의 2배의 신청이 접수하면 매수자는 주주가 신청한 주식의 절반만 사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매매수 방식으로 매도한 후 남은 주식의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10주의 고려아연 주식을 77만원에 매수해 전량을 공개매수에 응했는데 8주만 받아들여졌다면, 48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되지만, 공개매수가 끝나고 주가가 50만원 수준으로 회기한다면 오히려 나머지 2주에 손실이 발생해 전체적으론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공개매수에선 세금도 고려대상이다.

    MBK측의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22%의 양도소득세가, 고려아연 측에 청약하면 배당소득세가 발생한다. 일반적인 배당소득세는 15.4% 수준인데,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누진세율(6.6~49.5%)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즉 현재 주가가 77만원 선에 머물어 있는 것은, 보유 주식의 전량 매도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세금을 포함한 실질적인 이익을 따지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최근 고려아연의 주가가 단기간 급등해 오는 10일까지 단일가 거래가 진행되고, 일부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지정한 점도 그 원인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개인투자자들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 역시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적정 주가를 벗어난 상황에서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익률을 극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국내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한 쪽에 공개매수 신청을 해둔 상태인데 추후 주가 하락에 대비해 추가적인 주식 매입도 계획하고 있다"며 "1차로 MBK의 공개매수가 끝나는 시점과 뒤이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끝나는 시점까지는 주가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회비용을 따지는 투자자들도 있다. 지난 4일 영풍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공개매수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오는 18일 심문기일이 잡혀있다. 고려아연 측에 공개매수를 신청한 주주들은 14일 종료하는 MBK측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전선(戰線)인 영풍정밀은 상황이 좀 다르다. 

    고려아연(제리코파트너스)은 영풍정밀의 지분 25%를, MBK·영풍(한국기업투자홀딩스)은 총 43%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있다. 양측 모두 3만원의 인수가를 제시했는데, 현재 주가는 매수가를 훌쩍 넘어 형성돼 있다. 이는 양측 모두 추가적인 매수가 상향을 기대해 볼 수 있단 점, 개인투자자들이 80만원에 육박하는 고려아연 주식과 비교해 영풍정밀 주식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하단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