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인사권 내려놓겠다"는 임종룡 회장, 현실성엔 '의문 부호'
입력 24.10.11 09:28|수정 24.10.11 14:58
취재노트
국감서 자회사 임원 인사 '불관여' 선언…업계 "실효성 의문"
회장에게 CEO 인사권 있는한…"지주 눈치보며 경영할 수밖에"
  • 지난 10일 정무위 국정감사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던진 한마디가 금융권을 술렁이게 했다.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겠다"

    얼핏 들으면 획기적인 변화로 들린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 임원 인사권을 포기한다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선언의 실효성을 두고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다. 

    임 회장의 이번 발언은 지주회장으로서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금융그룹은 그간 자회사 대표가 임원을 선임할 때 지주회장과 미리 협의하도록 해왔다. 향후에는 해당 절차를 없애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선언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 인사권이 여전히 회장에게 있는 한, 자회사 임원들이 알아서 회장의 심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임원 인사 관행을 보면, 통상 자회사 대표들의 임기가 2+1년으로 맞춰져 있다. 이 중 1년 연임 여부는 지주회사 회장의 재량에 달려 있어, 자회사 대표들이 연임을 위해 지주회사의 입장에 맞춰 경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들의 배경이다.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가 우리금융지주나 우리은행 출신으로, 회장·은행장 등과 밀접한 사이인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공식적인 절차 없이도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의 상명하복 문화와 우리금융 계열사 대표들의 배경을 고려할 때, 공식적인 인사 개입 없이도 비공식적인 소통 채널을 통해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회장의 이같은 파격(?) 선언은 손 전 회장과 관련된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되며 임 회장의 입지가 좁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지적하며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고 나선 상태다. 

    금감원이 최근 시작한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정기검사는 임 회장의 임기에 있어 중요한 대목이 될 전망이다. 정기검사의 핵심인,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동양생명·ABL 생명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통제 부실 책임자로 임 회장이 제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임 회장의 이번 선언은 손 전 회장 시절 발생한 부당대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간 있었던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을뿐더러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상황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선언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현실성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