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에도 입 안여는 이재용 회장…이건희 선대회장이었다면
입력 24.10.16 07:00
Invest Column
  • 매일이 삼성전자가 위기라고 한다. 단순히 외부적 시선에서 실적, 시장지배력, 영향력만 예전같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라 내부에서 조직원들이 회사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게 진짜 위기라면 위기다.

    이런 삼성전자를 보고 시장에서 하나같이 이런 얘기를 한다

    "이건희 회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오너 경영인이자 그룹의 정점으로서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갖고 있다. 1993년 일명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신경영을 선언했고 그 이후에도 휴대폰의 불량률이 올라가자 1995년 불량 휴대폰 15만대의 '애니콜 화형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일종의 '선언'이고, 일종의 '쇼'이지만 이후의 그 효과를 생각하면 경영인으로서 '이건희'라는 이름은 아이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 이재용 회장에게선 그런 선언과 쇼는커녕 모습 자체를 보기가 어렵다. 출장길 정도나 재계 결혼식에서만 눈에 띌뿐 어떤 경영적 '액션'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혹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사법 리스크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고. 14일 2차 공판이 있고 25일과 내달 11일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협의에 대한 공판도 예고돼 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선고 기일을 내년 초로 미리 공지했다.

    그러면 또 반대편은 이렇게 묻는다. 과연 이건희 회장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었더라도 그러했을거냐고. 재판은 재판이고 회사 경영은 경영 아니냐고.

    모든 조직은 위기를 겪는다. 그럴 때마다 회사가 망하진 않는다. 리더가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조직원들을 독려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 이것을 바랄 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설은 단순히 회사의 문제라기 보단 여려 역학적 배경들이 깔려 있기 때문에 회사만 비난하는 건 합당치 않아 보인다. 내부적으로 회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이 진짜 위기인데 회사는 여기에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모양새다.

    시장과 조직원들이 바라는 삼성전자의 모습은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를 떠나 세상을 혁신하는 리더일테지만, 경영진이 요구하는 건 '견실'한 기업 정도인 것 같다. 그러니 재무통을 사실상 그룹 2인자로 앉혀놨는데, 그마저도 신통치 않다. 몇 년간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이 재무적으로 안정적으로 더 나아졌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안팎에서 "삼성전자가 정씨 회사냐"라는 말이 나오는데도 그룹과 회사는 달라진 게 없다. 그나마 한 조치라고 한 게 올드보이를 반도체 수장에 다시 앉힌 것, 대대적 인원 감축을 예고하는 것, 그리고선 단합을 위해 등산을 간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주가는 6만원을 회복했다고 웃어야 할 판이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주요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10월25일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 10월27일 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12월6일 반도체 사업진출 50주년 등등.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그 어느 하나도 분위기 좋을 행사는 없어 보인다.

    이쯤에서 이건희 회장의 어록을 다시 끄집어내야 할 것 같다. 1992년 이건희 회장이 미국 LA에서 삼성전자 관계사 임원들을 앉혀 놓고 한 얘기다.

     "삼성은 자기 자신의 못난 점을 알지 못한다. 이대로 가다간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30년 전 얘기를 지금 대입해도 이질감이 없다. 이재용 회장도 이제 답할 차례가 됐다. 아버지가 했던 것만큼은 아니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