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코리아'는 없다...잠수함 수주 경쟁 열 올리는 한화오션ㆍ현대重
입력 24.10.17 07:00
취재노트
현대중공업, 한화오션에 RFI 발송한 캐나다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각자 입찰' 나설 듯
폴란드, 필리핀 잠수함 수주전도 경쟁 예정
"양사 협력 필요" vs. "억지 협력 도움 안 돼"
치열한 공방 두고 전문가 의견도 갈려
  • "캐나다 잠수함은 국가 대항전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아마 '팀 코리아' 같은 형태로 국가 간 경쟁이 되지 않을까. 생산능력 등의 이유로 국가가 정책적으로 HD현대와 한화오션을 양대산맥으로 끌고 오고 있다." (2023. 07. 27. HD현대중공업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한화오션은 국익 차원에서 가능성이 높은 업체가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 대한 한화오션의 공식 입장)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법정 다툼까지 갔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해외 잠수함 수주전을 두고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사가 컨소시엄을 꾸리는 '팀 코리아' 가능성이 점쳐졌던 캐나다 수주전에서도 각자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 구도가 격화하고 있는 데다 한화오션이 '각자 입찰'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는 까닭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달 약 60조원 규모의 잠수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포함한 각국의 조선업체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발송했다.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계약자 선정은 이르면 2026년 발표된다. 

    예상 사업 규모는 600억캐나다달러(60조원)로 추산된다.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조선사는 사실상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이 한일전 양상으로 굳어지면서 양측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번 수주전에서도 양사 대항전은 피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당초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과 연합해 '팀 코리아'를 구성하겠단 입장이었다. 공을 넘겨받은 한화오션은 단독수주에 무게를 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결국 HD현대중공업도 '팀 코리아'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한화오션이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 논의가 이뤄진 게 없다"며 "(HD현대중공업은) 컨소시엄을 꾸리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낸 것뿐이고, 사측의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1년 사이 두 회사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는 평가다. KDDX 개념설계도 유출 사건이 기폭제였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의 KDDX 개념설계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이례적으로 기자설명회까지 개최했다. HD현대중공업은 명예훼손 혐의로 한화오션 임직원을 국가수사본부에 맞고소했다. 이로 인해 KDDX 입찰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캐나다 외에도 폴란드와 필리핀 등 다른 잠수함 수주전을 두고도 경쟁하고 있다. 

    약 4조원대 규모의 폴란드 해군의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 3~4척 도입 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에서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모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양사는 약 2조원 수준의 필리핀의 중형급 잠수함 2척 수주전을 두고도 경쟁할 예정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약 10조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수주전도 사실상 '한일전'이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미쓰비시중공업의 3파전이 될 예정이다. 

    재계 서열 10위 안의 대기업 둘이 건건이 부딪히는 양상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는 상황이다. 내부 경쟁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협력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과, 억지 협력은 경쟁력 제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나뉘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 팀으로 나오는데, 국내 양강 조선업체가 공방을 벌이는 건 소모적이다"라며 "최근 각국에서 열리는 방산 전시회를 보면, 한국처럼 한 국가에서 두 기업이 같은 무기를 두고 경쟁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 잠수함이 12척이나 되니 양사가 나눠서 건조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사실상 잠수함은 생산 기간이 길기 때문에 굳이 양사가 나눠서 생산할 필요가 없다"며 "잠수함은 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만큼 경쟁사끼리 협력하기 쉽지도 않고, 컨소시엄의 장점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