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보험사 인수에 증권 본인가도 지연…임종룡 회장 비은행 전략 '제동'
입력 24.10.22 07:00
우리금융, 보험사 대주주 변경 심사 신청도 '머뭇'
증권도 본인가 없어 롯데카드 리캡 셀다운 포기해야
정기검사 1년 앞당긴 금감원…고강도 감독 예고에
좁아진 임종룡 회장 입지, 보험사 인수 성공 여부가 변수
  •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절차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조차 하지 못해 적정 기한을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감돈다.

    친인척 편법 대출 및 내부통제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우리금융은 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투자증권의 투자매매업 본인가 지연 사태와도 맞물려, 임종룡 회장이 추진하는 '비은행 강화' 사업 전략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상세실사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초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마저 미뤄지면서 인수 절차는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금융사를 인수할 경우, 실사 진행 중에도 대주주 변경을 신청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진다. 당국의 승인 절차에 대략 3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계약 체결 직후 신청을 해야만 영업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받으면 2개월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필요시 1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은 당초 내년 하반기 예정됐던 우리금융 지주ㆍ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를 1년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정기검사에만 3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검사뿐 아니라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등 회사 전반을 들여다 보는 고강도 검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는 오는 11월 중순쯤 발표될 전망이다. 검사 결과에서 종합등급이 3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우리금융이 구상하는 비은행 강화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경영실태평가 이후 종합등급이 3등급 이하가 나오면 자회사 인수나 해외진출에 제약이 생긴다.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우리금융을 둘러싼 현안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종룡 회장에 대해 수차례 언급하며, 최근 발생한 금융 이슈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올해 초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투자증권으로 출범시킨 데 이어, 동양생명ㆍABL생명 인수를 통해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들간 연계 투자 플랜을 구상해왔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지어야 영업 공백 없이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임종룡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비은행 부문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적극 추진해왔다. 

    특히 보험사 인수는 임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보험사 인수의 성공 여부가 임 회장의 향후 거취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추진해온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이 제동이 걸린 상황이고, 이번 사태로 인한 당국과의 관계 악화가 임 회장의 리더십과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당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생보사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시기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인수 계약 체결 후 1달 내엔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하는 것이 관례지만 우리금융은 최근 금감원의 강화된 감독 기조를 살피며 눈치를 보는 중"이라며 "내년 6월 또는 8월경에는 인수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예비인가를 받은 우리투자증권의 투자매매업 본인가가 아직 승인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이미 본인가가 났어야 할 시기지만, 금감원의 강화된 감독 기조 속에서 금융위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의 본인가 지연은 실질적인 업무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진행 중인 롯데카드 리캡(자본재구조화) 작업에 참여했지만, 본인가 지연으로 인수 후 재매각 없이 자산을 직접 보유하게 된 것으로 확인된다. 인수 후 재매각을 통해 이자 외 수수료 이익 기반을 확보하려면 투자매매업 라이선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여러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국감이 끝나면 본인가가 나오겠지만, 당국과 경영진의 갈등으로 인해 실무진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