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적 파티도 끝물…금리인하 파도에 ‘초긴장’
입력 24.10.23 07:00
보험사 3분기 실적 전 분기 대비 하락 전망
금융당국, 회계처리 보수적으로 요구하면서
실적 하락 예상보다 클 수도
금리인하 시작되면서 킥스 비율 관리 부상
대형사도 킥스 비율 규제비율에 간당간당
매각 이슈있는 중소형사 어려움도 가중
  • 보험사들의 '실적 파티'가 끝나가고 있다.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IFRS17 도입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되어 오던 보험사 건전성 문제는 수면위로 떠올랐다. 빅3 생보사들을 비롯해 대다수 보험사들이 자본건전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부 중소형 보험사는 건전성 비율이 감독기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한동안 자본확충과 건전성 제고가 보험업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내달 13일 동양생명을 시작으로 11월 셋째주 진행될 예정인 보험사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보험업계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작년부터 이어져오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사상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던 보험사들의 실적도 3분기를 기점으로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메리츠증권은 보험사들 3분기 당기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3분기 커버리지 보험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삼성생명·한화생명) 합계 당기순이익은 2조7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4% 하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메리츠증권은 “보험손익의 경우 직전 분기보다 18.7%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됐다”라며 “미래이익(CSM) 잔액이 증가한 것을 기반으로 CSM 상각이익은 양호하지만 예실차 및 기타 부문이 부진하고, 일반보험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회계처리 방식을 손보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예상보다 못한 실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IFRS17에선 미래 수익에 대한 가정을 기반으로 실적을 산출하는데, 여기서 사용하는 가정들을 보수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보험사들의 보험계약 해지율과 손해율 가정을 더 보수적으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 이익이 나는 보험계약으로 간주했던 것들에서 손해가 나는 계약으로 가정을 바꾸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보험수익뿐 아니라 건전성 비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요구하면서 실적 부풀리기 논란도 어느정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IFRS17 문제가 도입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자본적정성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 금융감독원이 밝히 보험사들 건전성 지표를 살펴보면 금리인하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이 이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킥스 비율이 지난해 말보다 약 15%포인트 하락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킥스 비율이 6개월 사이에 20~30%포인트 내려 금융닥국 권고치인 150%에 가까워졌다.

    시장금리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생명보험사들이다. 지난해 말 208.7%였던 생보사 킥스는 올해 상반기 191.7%를 기록하며 1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221.9%에서 215.6%로 6.3%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장기 계약이 많은 생보사들이 손보사보다 금리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개별 회사로 살펴보면 보험업계 맏형인 삼성생명도 마음 놓긴 힘들다. 그나마 다른 보험사 대비 여유가 있지만 2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이 건전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160%대 킥스비율을 기록해 금융당국 권고수준에 가까워졌다. 중소형 생보사 중에선 KDB생명 58.8%, IBK연금보험 89.9%, ABL생명 104.7% 등 킥스 최소 기준인 100% 수준이거나 이를 밑돌았다. 이들 중소형사들은 매각이 진행되는 곳들도 다수가 있는 만큼 킥스 비율 하락이 매각에 더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려고 한다.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건전성 비율 끌어올리기에 적극나서고 있다. 이달에만 보험사들이 결정한 자본확충 규모만 1조원에 이른다. 

    다만 이런 대규모 자본확충에도 실제 킥스 비율 증가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부담은 점점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인하 속도의 문제지 더욱 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이달 말쯤 할인율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보험부채 시가평가하기 위해 적용하는 할인율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할인율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보험부채 규모가 달라지게 되는데 당초에는 더욱 보수적인 방식으로 할인율을 적용해서 보험부채를 산출하는 방향을 논의했었다.

    하지만 금리인하에 따른 충격이 숫자로 드러나면서 이마저도 연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선 그간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실적 부풀리기 이슈에 매몰되었단 평가도 나온다. 오히려 금리하락에 대비해서 보험사 건전성 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는데, 실적 부풀리기 문제 해결에만 온 신경을 쓰다보니 제도 도입 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자본확충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평가다. 

    해당 문제는 저금리 시절 보험사들이 수십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단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이를 이유로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적극 반대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들 자체적으로 자본확충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나, 수치를 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같이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IFRS17 영향을 놓고 보면 실적 부풀리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