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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내려감에 따라 회사채 시장도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조달금리가 떨어지면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었고, 회사채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수요예측도 흥행하고 있단 분석이다.
이러한 회사채 시장의 '훈풍'에는 리테일(개인 고객)의 영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채와 석유·화학채 등 업황 탓에 기관에서 포트폴리오 편입을 꺼리는 채권들도 리테일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 시중은행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좇아 회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란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물 1000억원에는 108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목표량을 채웠지만, 3년물 500억원에는 130억원의 주문만 들어와 일부 미매각이 났다. 총액인수 계약에 따라 남은 물량은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인수해 리테일에 판매할 예정이다.
건설 업황 회복이 더뎌지면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다는 평가다. 일부 대형 운용사에서는 당분간 포트폴리오에 건설채를 전혀 담지 않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미매각 물량이 리테일에서 충분히 판매가 가능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담당자는 "지금 기관에서 소화되지 않는 회사채는 건설이나 석화 업종의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들인데, 리테일에서 다 소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시장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5% 중반대의 금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롯데건설의 회사채 금리는 희망금리 최상단인 2년물 5.4%, 3년물 5.7%에서 결정됐다. 이는 지난 7월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와 거의 동일하다. 당시 롯데건설은 1년 6개월물 5.6%, 2년물 5.8%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에도 발행량의 약 45%가 미매각됐지만, 리테일 창구를 통해 최종 완판됐다.
리테일 시장에서 회사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발행사들은 처음부터 기관 수요예측이 아닌 리테일을 노리고 주관사와 발행 전략을 짜기도 했다. 올 들어 두 차례 모회사 롯데케미칼의 신용보강 없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 롯데건설도 처음부터 리테일 창구를 목표로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에만 18일 기준 회사채를 3680억원치 순매수하며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범위를 넓히면 외국인과 기관, 개인이 매수한 회사채 22조8258억원 중 35.7%에 해당하는 8조1548억원을 리테일 창구를 통해 소화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덩달아 증권사 자산관리(WM) 부서도 바빠졌다. 일반적으로 WM 부서는 1월부터 10월까지의 성과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는 구조라 10월 중순부터는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데, 올해는 개인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져 예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PB는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WM은 10월까지의 성과로 그해 성과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10월 중순부터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강한데,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라며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금리 인하로 채권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먼저 특정 회사 채권이 어떤지 문의해 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올해 회사채 시장은 11월까지도 활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10월을 기점으로 연말까지는 기업들이 조달 계획이 있더라도 '연초효과'를 누리기 위해 내년 초로 발행을 미루는 것과는 상반된다는 분석이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금리 불확실성으로 현금상환이 회사채 발행을 초과하는 순상환 기조가 우세했던 회사채 시장도 최근 순발행 기조로 돌아섰다. 순발행 규모도 8월 1058억원에서 9월 2633억원, 10월 20일 기준 4593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10월에만 20여곳이 넘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11월에도 10월 수준에 맞먹는 회사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제이알글로벌리츠, 팬오션, 에쓰오일 등이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르면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해 내달 초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이 최근 세계채권지수(WGBI)에 편입되면서 국채 금리가 떨어졌는데, 아직 회사채 금리는 그만큼 떨어지지는 않아 투자 매력도가 올라간 상황"이라며 "회사채 투심이 살아난 상황에서 11월에는 미국 대선도 앞두고 있는 등 대외적 변수도 있다 보니 기업들의 선제적인 조달 수요도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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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0월 22일 15: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