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년간 질질 끈 공제회 감사 결국 ‘용두사미?…방향성 모호ㆍ전문성 부족
입력 24.10.25 07:00
재작년말 자료요청ㆍ작년 예비감사ㆍ올해 실지감사까지
5월 실지감사 끝난 뒤에도 의견수렴만 추가 5개월
국정감사 끝나면 감사보고서 작성 들어갈 듯
블라인드 투자, 공제회에 책임 묻기 어려워
자산 손실보다 가치평가법·개인비위 등에 집중
모호해진 감사 방향성…아니면 말고식 감사도 논란
  • 감사원이 재작년말부터 2년 넘게 대대적으로 진행한 주요 공제회 대체투자 감사가 우려한대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감사 기간은 길어지고 결과 발표도 기한 없이 늘어지고 있는데 이 또한 애초부터 감사 방향성이 모호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감사 시작 당시에는 세간의 화제가 됐지만 차갑게 식은 분위기에 공제회들 사이에선 "감사원이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먼지 털기식 감사로 마무리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의 2022년말 자료 요청부터 시작한 공제회 대상 대체투자에 대한 감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일부 공제회를 대상으로 막바지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다수 공제회에 대한 감사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감사보고서 작성에 들어가 연말에는 해당 감사결과가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감사원은 공제회 대체운용과 별개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 대한 정기감사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결과는 내년 4월 정도에 나올 전망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실지감사는 5월말 끝났고 조치결과서 작성 위한 의겸수렴은 8월말~9월초까지 진행되었다"라며 "다만 일부 공제회에 대해선 아직 감사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감사를 두고 기간이 지나치게 늘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이 발표한 공식적인 실지감사 기간은 5월 한달간이지만, 일부 공제회를 대상으로는 감사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감사원의 감사과정은 대상기관 및 현장을 방문해 감사를 실시하는 실지감사와 의견수렴, 감사보고서 작성, 감사보고서 검토 및 심의, 감사보고서 시행 및 공개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번 공제회의 대체투자 감사는 5월말 실지감사가 마무리됐음에도, 5개월째 의겸수렴 단계에 머물러있다. 다른 감사건의 경우 실지감사가 더 늦게 마무리됐음에도 벌써 감사보고서 작성에 들어간 것들도 있다.

    이러다보니 감사원 발표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국정감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별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감사원에 대한 문제제기가 쏟아질 것이기 때문에 2년 넘게 감사를 진행하고도 결과 발표를 국정감사 이후로 미룬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시간이 다소 소요되긴 했지만, 감사원 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감사결과에 대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몇 년에 걸친 공제회 대상 대체투자 감사는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 전반을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파장에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실 우려가 커질 것이란 우려 속에서 진행된 감사다 보니 감사의 방향도 공제회들의 대체투자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와 손실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실지감사가 마무리돼가는 시점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지적은 사실상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감사의 방향이 대체자산에 대한 '평가방식'에 집중됐다. 부동산 등 대체자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방법론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이 대체자산 전 부문에 대한 가치평가를 요구해서 공제회들이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공제회 감사에 대해서 외부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 했다"라며 "감사 시작 전만 해도 대규모 부동산 부실 등 잘못된 투자가 드러날 것으로 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서 결국 공정가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감사가 집중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공제회들이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나설때 프로젝트 펀드 조성 보다는 해외운용사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해왔다. 프로젝트를 조성해서 투자에 나섰다면 공제회들에 책임을 물었겠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공제회에 책임을 묻긴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대체자산 평가방식 등 곁다리(?) 감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제회 대체투자 공정가치 평가란게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제3의 기관에 맡겨서 하는데 이게 그렇다고 공정가치냐하는 것도 논란이고, 전 자산을 다 공정가치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용이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개인비위 등으로 감사 방향이 바뀌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부실투자 건에서 특별한 이슈가 없다 보니 운용역 개인 비위 등을 밝혀내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실지감사가 끝났음에도 일부 공제회들에 대해선 계속해서 감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감사도 결국 세금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보니, 일년이 넘게 인력과 시간을 투입한 것 대비 결과가 없을 경우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공제회 감사를 진행하는 감사원 산업금융4과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산업금융4과가 감사를 진행하기 전만 하더라도 기금 감사를 전담으로 담당하는 조직이 있었다. 하지만 조직이 개편되면서 산업금융4과가 연기금, 공제회 감사를 맡게 되었다. 이에 해당 인력의 전문성은 이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감사원 감사 때문에 연기금, 공제회들이 투자 집행 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니면 말고식' 감사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11년에도 행정공제회 등 5개 기관 운영감사를 진행했지만 해외부동산 투자실태에 대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와 감사 방식이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