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에어프로덕츠' 사라지니 근심거리만 남은 인수금융 시장
입력 24.10.28 07:00
커버넌트 위반 많아…웨이버 당연시하는 GP들
대주단 만기연장 동의 어려우니 북에 담는 기조도
  •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작업이 돌연 무산되며 인수금융 시장 분위기도 급변했다. 4조원 안팎으로 거론됐던 에어프로덕츠 딜을 통해 주선사 전반이 실적을 십시일반 나눠 가질 기회가 사라진 영향이다.

    빅딜이 사라지며 올해 인수금융 시장에 남은 건 재무약정(커버넌트) 위반 우려와 대주단 관리 고민만 남았다는 푸념이 나온다. 최근 커버넌트 위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운용사(GP)들은 조건 면제(웨이버)를 당연하게 요청하는 추세다.

    교보생명은 현재 재무적투자자(FI)인 EQT파트너스(전 베어링PEA)와 웨이버 협상을 진행중이다. 대주단 동의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르면 10월 내 인수금융 만기연장이 이뤄질 거라 전해진다.

    또 다른 FI인 IMM PE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각각 지난 6월과 9월에 대주단과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두 FI가 만기 연장에 성공하며 오는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EQT파트너스의 인수금융도 만기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QT파트너스의 주식 담보인정비율(LTV)이 두 FI 대비 높은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대주단 입장에서 만기 연장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고 담보권을 실행해도 교보생명 주식을 팔 방법이 마땅찮다. 대주주와 맺은 풋옵션 계약도 승계되지 않는다.

    커버넌트 이슈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3월 7000억원 규모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금융 만기를 앞두고 있다. 작년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총 1조3000억원(▲1년물 3500억원 ▲2년물 3500억원 ▲5년물 6000억원)을 조달했다. 1년물은 이미 올해 3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롯데케미칼은 1년 만기연장을 추진했다. 내년 3월에 상환해야 할 인수금융 규모는 1년물과 2년물을 합친 규모다.

    MBK파트너스가 작년 2조4250억원에 인수한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도 커버넌트 유지 이슈가 거론된다. 메디트는 인수 첫해 매출은 절반 이하로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하며 실적이 급락했다. 9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키며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net debt/ebitda)을 6.5배 이하로 유지하기로 하는 재무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약정을 지키기 어렵다.

    인수금융 주선사들은 반전한 시장 분위기가 아쉬운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재매각(셀다운)을 위한 신디케이션 구성이 잘 이뤄지다보니 그 아쉬움이 더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금융 한 관계자는 "커버넌트 위반 이후 만기 연장을 하기 위해 대주단의 동의를 받아내는 일이 많아지니, 은행권에선 셀다운을 하지 않고 차라리 자체운용한도(북)로 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