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MBK파트너스 연차총회 앞두고 눈치 살피는 국내 LP들
입력 24.10.29 07:00
고려아연 '우군'에 서 눈치 보이는 기관들
단일 대주주인 국민연금 참여 여부도 관심사
  •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다음달 중순 연차총회를 앞두고 있다. 아직 국내외 주요 출자자(LP)에게 초청장은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MBK와 고려아연의 갈등이 깊어지자,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활약한 기관은 참석을 앞두고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주요 활동 무대인 MBK는 매년 세 나라를 돌아가며 연차총회를 열고 있다. 2017년 상해, 2018년 서울, 2019년 도쿄에서 개최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으로 진행했다. 작년과 재작년은 서울에서 개최했다. 연차총회에선 MBK파트너스의 주요 투자 및 회수, 펀드 결성 상황 등 현안에 대한 설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는 '고려아연'이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MBK-영풍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간의 경영권 갈등이 이어진 가운데, 국내 각 기관은 분쟁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한쪽 편에서 우군으로 활약했다.

    물론 특정 기관이 MBK나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손을 잡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돈 벌 기회'를 찾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 고려아연 쪽 우군으로 활약한 기관들은 이번 MBK 연차총회 참석을 앞두고 눈치를 보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LP가 대상이지만, 주선사 전반이 LP로 참여하고 있다.

    한 출자자는 "돈에 움직이는 '프로'들이니 경영권 분쟁 등에서 대치하는 상황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갈등이 추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적다"며 "그러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감정의 골이 깊어져 딜 하나로 진영이 나뉜 듯한 분위기도 느껴진다"고 밝혔다.

    MBK의 공개매수 주관과 자금 대여 등은 NH투자증권이 독식했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자금으로 총 1조4096억원의 대출을 주선했는데, 연 5.7% 금리에 기간은 9개월이다. 향후 인수금융 주선 등 추가 일감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려아연이 주요 이슈어는 아니지만 추후 회사채를 발행할 때 주선사로 이름을 올리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고려아연 편에서 자사주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돕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제리코파트너스(최씨 일가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의 영풍정밀 공개매수 주관사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이 발행한 1조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며,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자금 조달을 도왔다.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 우호주주로 참여한 베인캐피탈의 조력자로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트로이카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에 3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당초 한국투자증권은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과 최윤범 회장 사이의 인연이 재조명되며 유력 우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국민연금의 MBK 연차총회 참여 여부도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현재 지분 약 7.5%를 보유한 단일 대주주다. 이 가운데 약 4%는 위탁운용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고 나머진 직접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아연의 자금조달을 도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려아연 편에 섰던 기관들이 눈치는 보이겠지만 결국 모두 MBK 연차총회에 참석할 것"이라며 "돈 벌 기회가 있는데 이를 놓치는 게 '프로'답지 못한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