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사고쳐서 뭐한대유"…'유통업체'로 거듭나겠단 더본코리아
입력 24.10.28 19:57
취재노트
편안한 분위기서 진행된 더본코리아 기자간담회
백종원 대표, 유통업체 정체성과 가맹점 상생 강조
공모자금, 소스기업 M&A에 사용해 해외 진출 가속화
"'백종원' 이름 잊혀도 지속가능한 기업 만들기 위해 상장
  • "본인한테 물어보면 뭐라 그래유. 득이 된다 하겠쥬." 

    체크셔츠,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의 이미지가 상장에 독인지 득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가벼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백종원 대표는 '유통업체'로서의 더본코리아를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IPO 잔혹사'와 피어그룹으로 유통업체들을 선정한 데 대한 우려를 의식한 모습을 보였다. 백종원 대표는 사회를 맡은 강석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진땀을 뺄 만큼 격의없이 대답하거나, 중언부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본코리아는 28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25일 희망 가격 상단 이상인 3만4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고 28일~29일 양일간 일반청약을 거쳐, 11월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종원 대표가 단상에 등장하자 연신 플래시가 터졌다. 백종원 대표는 기자간담회 시작 전 "해명을 하겠다"며 "실속 있게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홍보팀이 없는 것일 뿐, 기자님들이 기분나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이날 기업설명회(IR)는 일반적인 사례와는 달리 다소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다만 질문이 가볍진 않았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오너리스크와 프랜차이즈 업종의 IPO에 대한 예후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백종원 대표는 특유의 담백한 어투로 격의없이 자유롭게 질의응답(Q&A)을 이어갔다. 백 대표의 대답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예민한 주제를 건드릴 때에는 강석천 CFO가 백 대표의 마이크를 끄고 대신 대답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백종원 대표는 "브랜드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전략" 때문이라고 답했다. "단일 브랜드 위주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업체는 R&D팀이 별로 없지만, 더본코리아는 밀키트나 소스 등 R&D팀을 통해 여러 시도를 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우호적인 때 해외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설명이다.

    백 대표는 '소스'에 중점을 뒀다. 공모자금 또한 소스기업 인수합병(M&A)에 사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한식에 관심이 많지만, 직접 만들거나 사먹을 수 없는 잠재 외국인 고객들에게 소스가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스에 대한 설명이 길어지며 다소 지루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백종원식 소스, 식자재가 늘어나면 굳이 식당에 방문하지 않아도 돼 더본코리아 가맹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편의점에 커피를 납품할 때도 빽다방 점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납품 후 빽다방 매출이 늘었다"며 "빽다방의 인지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대답했다. 

    가맹점주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던 점 또한 강조했다. 더본코리아는 산하 외식 브랜드 중 한 곳인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와의 분쟁이 길어지면서 상장 예비심사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가 경쟁사보다 마진률이 높지 않은 건 그만큼 점주들이 수익성을 더 가져가게 해주는 것"이라거나 "마음만 같아선 점주님들이 다 돈 잘 벌고 잘 되게 해드리고 싶다. 다브랜드 전략이 가맹점주들에게 무관심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IPO 잔혹사'를 우려한 상장 이후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는 "남의 거는 잘 안 봐서 모르는데유"라며 유쾌하게 넘기며 "일부러 다소 실험적이었던 홈쇼핑 사업 수치도 넣는 등 비교군을 가맹점보다는 유통 쪽으로 잡았으니 또다른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걸로 봐달라"라며 유통사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백종원 대표의 유명세에 지나치게 기대 IPO를 진행했다는 '오너리스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상장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20~30년 후 백종원이라는 이름이 잊혔을 때도 외식업 물가를 누르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이어 "미디어에 노출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구설수가) 안 나오는 거 보면 별거 없지 않냐. 이 나이에 사고쳐서 뭐하냐. 매년 건강검진을 하는데 매우 건강하다. 사고가 난다면 자연발생사고 말곤 없을 것"이라고 호탕하게 말했다.

    이전에도 대중의 호감이 적지 않았던 백 대표는 최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가 흥행하며 주목도가 더더욱 커졌다. '백종원 없는 더본코리아'에 대비하기 위해 본인의 이름값을 가장 비싼 시기에, 절묘하게 판매하는 모양새다. 

    시장도 일단은 '백종원' 그 자체에 베팅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확정 공모가는 희망가 밴드 최상단 그 이상에서 결정됐다. 수요예측에서 국내 기관 사이에 '물량 쟁탈전'이 펼쳐졌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