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회사채 발행 활황...금리인하ㆍ美대선에 대한항공 효과까지
입력 24.10.30 07:00
연말 '비수기' 속 기업들 회사채 발행 활발
기준금리 인하·미국 대선 전 불확실성에 수요 증가
공모주 하이일드펀드 수요 둔화 속 이례적 평가
대한항공 A-로 등급 오르자 BBB급 반사이익 분석도
  •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등급 BBB등급 회사채 발행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됐다지만 '비수기'로 분류되는 연말에 가까워진 시점인 데다 BBB등급 회사채 수요가 높은 공모주 하이일드펀드의 자금력이 줄어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BBB등급을 포함한 '하이일드' 등급의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9월 중 회사채 총 발행액은 31조5354억원으로 전월 대비 59.9% 증가했다. BBB등급 이하의 일반회사채 발행규모는 1950억원으로, 전월인 77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10월을 기점으로 연말까지는 기업들이 조달 계획이 있더라도 '연초효과'를 누리기 위해 내년 초로 발행을 미루는 것과는 상반된다는 분석이다.

    늘어난 BBB 등급 회사채 발행만큼 수요도 충분한 상황이란 평가다. 한진(BBB+)은 지난 17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기준 3년물 스프레드를 동일 만기 민평 대비 75bp(1bp=0.01%포인트)까지 낮췄다. 1~3년물 총 400억원 모집에 유입된 자금은 1170억원에 달했다. 

    이랜드월드(BBB)는 1.5년물 회사채를 500억원 발행했는데, 수요예측에서 목표액(3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590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200억원을 증액했다. 9월 3일 진행된 두산에너빌리티(BBB+) 수요예측에서는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서 5000억원에 가까운 주문이 몰렸다.

    이같은 회사채 활황은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인하한 후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서둘러 자금 조달을 마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국채 금리 하락 또한 기대 요소다.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높아진 회사채 시장으로 국내 기관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BBB 등급 회사채 수요를 뒷받침해왔던 하이일드펀드 시장 둔화 속에서도 활황세가 이어지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주 하이일드펀드는 국내 채권을 60% 이상, 특히 BBB+이하 회사채를 45% 이상 보유해야 하는 펀드로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있다. 펀드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려면 대형 공모주들이 필요하지만 케이뱅크 상장 철회 등 올해는 지속적으로 대형급 공모주 가뭄현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상반기에 비해 (펀드에) 자금이 훨씬 적게 들어온다. 올해 '대어'들이 거의 없었던 데다 실제로 작년에 비해 수익률도 적다"고 말했다.

    하이일드펀드의 선호도가 높았던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A-'로 상향되면서 여타 BBB급 회사채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유효등급이 A-로 상향조정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사는 "대한항공은 하이일드펀드들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살 정도로 압도적으로 수요가 높았고, 또 그만큼 많은 물량을 발행했다"며 "대한항공이 A-로 올라가자 빛을 못 보던 다른 BBB급 회사채들이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