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위' 한계 명확했던 정무위 국감…결과 없이 정쟁(政爭)만 부각
입력 24.10.30 07:00
취재노트
의욕만 앞선 정무위…증인 검증 실패
그나마 의결했던 증인들도 막판 철회
금융국감마저 메인 이슈는 '김여사'
정책 검증 없었던 정무위…정쟁만 남아
  •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지난주 비금융부문 종합감사를 끝으로 약 한달가량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당초 22대 국회의 첫 국감인만큼 상당히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올해만큼 세간의 무관심 속에 조용히 끝난 국감은 처음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감 시작 전만 하더라도 정무위는 내부통제에 실패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편법승계 의혹을 받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시장의 주목도가 상당했다. 하지만 상당수 증인들이 국감을 앞두고 철회됐고, 그나마 출석한 증인에 대한 검증도 미흡했다.

    정무위는 '초선(初選)위'…의욕만 앞섰다

    올해 정무위는 '초선위'로 불린다. 국회에 첫 입성한 초선 의원들의 비중이 높아 붙은 별칭이다. 하지만 정무위 구성 위원들의 면면(面面)을 따져보면 초선의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정무위가 '초선위'로 불리는 까닭은 전문성과 과거 정무위 경험에 있다. 정무위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어, 관련 경력이 없으면 선수와 무관하게 사실상 초선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무위 24명 위원들 중 4명(국민의힘 윤한홍·강민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민병덕 의원)을 제외한 20명이 정무위 경험이 없다. 금융권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인물은 BC카드 출신으로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을 역임한 김현정 의원 정도다.

    경험이 부족한 탓에, 피감기관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의욕만 앞섰다. 이를 잘 보여준 사례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출석했을 때다. 당시 임 회장은 전임 회장의 부당 대출로 내부통제에 실패해 자진 사퇴까지도 거론됐었다.

    이에 국회의 철저한 검증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위원들의 질의는 평이하고 예상가능한 수준에 그쳤다. 외려 먼저 고개를 숙이고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겠다는 '카드'를 꺼내든 임 회장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일부 의원은 임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음에도, 질의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임 회장은 증인 선서 후 1시간여 만에 국감장을 퇴장했다. 조기 사퇴설은 국감 이후 자취를 감췄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지나친 인사 개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경험없는 정무위원들이 금융위원장 경력의 단수 높은 임 회장을 당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렇게 국감장은 전무후무한 금융사고를 낸 금융회사 수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자회견장이 됐다.

    "이럴거면 왜 불렀나"…사라진 증인들

    그나마 출석이 예정됐던 증인들도 국감을 하루이틀 앞두고 철회됐다. 5대 금융지주와 은행에서는 임 회장의 출석이 유일했는데, 당초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출석이 예정돼 있었다. 심지어 농협은행은 국감 전날이었던 9일 금융사고를 공시했지만, 국감날 아침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금융권의 관심이 우리금융에 쏠렸지만, 농협은행도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상당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만 여섯 차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109억원 규모 부당대출(2월) ▲53억원 규모 부동산 관련 배임(3월) ▲11억원 규모 분양자 대출사고(5월) ▲117억원 규모 횡령(8월) ▲140억원 규모 부당대출(10월) 등이다.

    증인 철회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정치권에선 농협의 주무부처가 금융당국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에 있다는 점을 꼽는다. 농협은행의 모회사인 농협중앙회가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여있지 않은 탓에, 정무위에서 잘못을 따져 묻기에는 부담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의 지역 기반이 탄탄하는 점에서, 표심(票心)을 신경써야 할 의원들이 쉽사리 건드리기도 힘들다. 특히나 초선의원들이 많은 정무위는 더욱 그렇다. 굳이 첫 국감부터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농협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증인들도 막판 철회됐다. 특히 김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받으며 편법·부당 승계 의혹이 불거졌는데, 한화그룹 오너 일가가 국감장에 서는 일 자체가 처음이라 주목도가 높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원래 대관 등 실무진 소명이 받아들여지면 국감을 앞두고 증인이 철회되는 일은 많지만, 올해 정무위 국감에선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라며 "간사간 협의에 의한 결정이라 그 내막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소명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철회로 보여 '이럴거면 왜 불렀나'하는 회의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금융국감서도 여지없이 '김여사'…정쟁(政爭)만 남았다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기관을 감사하기도 하지만, 국무총리실과 국가보훈처 등 국정운영의 핵심이 되는 기관을 감사하기도 한다. 이에 정무위에서 정치적인 논쟁이 오가는 것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다만 금융부문 감사에서마저 정치논리에 매몰돼 핵심을 짚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타 상임위가 그랬듯, 정무위에서마저 올해 국감의 키워드는 금융이슈가 아닌 '김건희 여사'였다. 금융위와 금감원 국감에 이어 금융부문 종합감사에서도 질의의 핵심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SGI서울보증 낙하산 의혹 등으로 점철됐다.

    그렇다보니, 금융정책에서의 제1현안인 가계부채 대책과 매해 반복되는 금융사고, PF부실에 따른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 등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이번 정무위가 큰 잡음 없이 조용히 마무리 된 것을 두고, 의도적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상임위 국정감사는 선수가 가장 높은 '최다선' 의원의 입김이 가장 센데, 해당 의원이 정무위 국감 자체보다 '정권 방어'에 방점을 뒀다는 후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원래 우리금융뿐만 아니라 타 금융지주에서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여당에서 특정 의원을 중심으로 국감을 빨리 마무리하려고 하면서 운이 좋게도 출석하지 않게 됐다"라며 "아무래도 국감이 늘어지면 '김여사 이슈' 등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결국 올해 정무위는 금융국감에서마저 금융산업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는 소홀한 채, 정쟁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