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선언 성격 강한 신세계 계열분리…정용진·정유경 경영능력 비교 본격화
입력 24.10.31 07:00
이마트와-㈜신세계 계열 분리 공식화
공정위 신고 등 절차는 수년 소요 예정
신용도 등 당장 시장성 활동 영향 적어
장기적인 사업·재무 영향은 지켜봐야
정유경 회장 승진 외에는 '조용한 인사'
  •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 계열 분리를 공식 선언하면서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각자 도생’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실제 계열 분리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계열 분리로 인해 어떤 재무적·사업적 영향이 나타날 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으로 계열 분리되는 백화점 부문은 정유경 회장 중심의 독자 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마트 부문을 맡아 경영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독자 경영을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지난 2011년부터 남매 경영을 해왔고,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하며 계열 분리 준비에 속도를 냈다. 

    지속적인 지분 정리를 통해 정용진 신세계그룹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0%씩 보유하고 있다.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해당 지분 증여 등이 선행될 가능성이 높다.

    계열분리 공식화는 ‘각자도생’ 선언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계열분리 작업은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상장사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각각 3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승인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부 계열사 지분 문제도 남아있다.

    당장 이마트나 ㈜신세계의 신용등급 및 시장 활동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기업평가는 30일 코멘트를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의 독자경영체제가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주요 주주의 지분율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실질적인 계열 분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이고, 계열 분리 시에도 단기간 내 주요 계열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소유한 SSG닷컴 지분은 신세계가 이마트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갖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나 ㈜신세계는 시장에서 별도로 보고 판단을 해왔기 때문에 당장 크게 바뀔 부분은 없다”며 “SSG닷컴 등 계열사 지분을 공동으로 들고 있는 이슈는 단기간 내 정리가 어려울 것이고 추후 정리를 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어떤 재무적 혹은 사업적 영향이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최근 실적이 부진했고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보니 비교적 ㈜신세계 쪽이 실적도 좋고 재무구조도 우량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아예 분리가 된다고 하면 향후 이마트쪽에 크레딧 이슈가 생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정유경 회장 승진으로 그룹 내 인사권은 확실히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경영전략실을 통해 신세계백화점의 인사 등 일부 경영에 관여해 온 것도 조직개편을 통해 정리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에 계열 분리를 완성하면 각자 본업을 키우고 건설 등 일부 사업의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에 전이되는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재무구조 악화를 보였고 모기업인 이마트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 중이다. 

    상대적으로 그룹 내 비중이 적었던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정유경 회장의 승진과 계열 분리를 계기로 좀 더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본격적인 경영을 맡은 2016년 이후 백화점 사업 부문의 매출과 손익을 2배 성장시킨 바 있다. 

    각자 ‘본업’에 집중하는 계열 분리가 유통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도 주목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복합쇼핑몰 콘셉트의 ‘더현대’를 성공사례로 보고 지역 맞춤형·도심형 복합쇼핑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도 최근 미래형 쇼핑몰 전략의 핵심으로 '타임빌라스'를 내세우며 성장이 더딘 백화점보다는 쇼핑몰 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계열분리를 통해 경쟁사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한편, 이번 임원인사 자체는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는 평이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백화점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작년처럼 ‘파격인사’는 없었는데, ‘할 만한’ 이름들이 나왔고 ‘대단히 좋은’ 승진도 보이지 않았던 조용한 인사였다고 본다”며 “유통사 인사를 신세계가 시작하고 롯데, CJ 등이 이어 나올텐데 올해는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