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야속한 중소형證…신용등급 강등 위험까지 '성큼'
입력 24.11.06 07:00
대형사 대비 부실 PF 사업장 비중 높아
금리 떨어져도 여전히 PF 익스포저 걱정
정통 IB서도 대형사 대비 시장 지위 열위
신용도 강등 걱정에 구조조정 진행하기도
  • 3분기 금융지주 계열 대형 증권사들이 금리 인하 효과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정통 기업금융(IB) 기반이 약한 데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가 장기화한 영향이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신용등급 강등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단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한기평은 다올투자증권에 대해 IB사업 위축과 조달비용 상승, 부동산PF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시장점유율 및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고 진단했다.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에 하향에 있어 주요 '트리거'로 작용한 것은 부동산PF 부실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도 하향세를 보이면서 부동산PF 시장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지만, 대형사들과 달리 중소형 증권사들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증권사 규모별 PF 익스포저 중 유의 또는 부실 우려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는 11%에 그친 반면, 자기자본 1조~4조원의 중대형사는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중소형사는 23% 수준이다.

    이는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간의 실적 양극화를 심화한 주요 요인이 됐단 분석이다. 대형사들은 PF 충당금 적립과 보유 자산들에 대한 부실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지만, 전체 사업영역에서 부동산금융의 비중이 큰 중소형사들은 여전히 관련 부실이 자산건전성을 짓누르고 있다.

    실제로 대형사들 가운데 지난해 PF 부실의 가장 큰 직격탄을 맞았던 하나증권은 서서히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5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 1834억원에서 올해 461억원으로 크게 준 것이 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형사들은 3분기 부동산 PF 관련으로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액이 거의 없었다"라며 "금리인하에 따라 부동산금융이 살아나며 증권사에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됐지만, 이에 비해 중소형사들은 포트폴리오 특성상 금리 효과를 누리기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부동산금융 의존도를 탈피하기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등 정통 IB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단기간 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형사들의 기존 시장 내 지위가 공고할 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기에는 수수료 경쟁력을 내세우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자사 커버리지 증권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IB 호황기였던 2020~2021년 대비 2022~2024년 상반기 순이익 감소폭은 대형사가 -2%였던 반면, 중형사와 소형사는 각각 -5%와 -25%로 수익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자본확충을 위한 후순위채 발행 환경도 중소형사에 녹록치 않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8%대 금리로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최근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평가다. 자본건전성 제고를 위해 조달에 나설수록 악순환만 반복되는 셈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다올투자증권 외에도 iM증권, SK증권, BNK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iM증권은 지난달 인력 감축에 나섰다.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이와 함께 점포 통폐합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대형사의 경우 PF 그늘에서 벗어나 사업영역을 확장할 기반이 마련됐지만, 중소형사들은 당분간은 PF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