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규제하는데 플랫폼은 제자리…카뱅, 好실적에도 커지는 수익성 고민
입력 24.11.06 14:22
카카오뱅크, 3개 분기만에 지난해 실적 넘어
'주담대' 기반 이자수익 확대가 수익 대부분
플랫폼·수수료 수익은 사실상 '제자리걸음'
내년 이후 수익성·건전성 관리 숙제 떠안아
  • 카카오뱅크가 올해 3분기 12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3개 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는 호실적이지만,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한 '이자수익'이 순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플랫폼 등 비이자수익 확대라는 숙제를 떠안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카카오뱅크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3556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3549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자수익이 1조792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0.9% 늘었고, 비이자수익이 40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이와 같은 호실적의 배경에는 '주담대'가 있었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주담대 잔액은 12조5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4조5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에 따라 일시적으로 주담대 확장세가 제한됐지만, 결국 주담대 '이자장사'가 실적을 이끌었다.

    카카오뱅크는 대환대출(갈아타기)를 통해 시중은행의 주담대를 흡수했다. 영업접이 없는 카카오뱅크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시중은행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라, 주담대 규모가 고스란히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 6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NIM은 2.17%로, 4대 시중은행 평균인 1.61%대비 56bp(1bp=0.01%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수수료수익 증가도 실적에 일부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전체 영업수익 대비 기여도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3분기 플랫폼수익은 지난 분기 대비 4억원, 수수료수익은 8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영업수익 대비 플랫폼·수수료수익은 10.6%로, 이자수익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강점으로 꼽히는 플랫폼 수익의 경우, 지난 2021년 932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반등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카카오뱅크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로 향한다. 상반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주담대에 기반해 올해까지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둘 수 있겠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익성 고민이 시작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규제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 차례 거론된 바 있다.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를 목표로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이, 정작 이들에 대한 대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액을 가계 및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만으로 나눠 비율을 산정하고 있는데, 현재 금융당국은 비중 산정시 가계 및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에 주담대를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가 바뀔 경우,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크게 낮아진다.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32.3%로,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등 3개 인터넷은행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지난 분기 대비 2bp 떨어졌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산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는 탓이다. 건전성 관리는 카카오뱅크에 늘 따라붙는 '꼬리표'와도 같았다.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44%로 전 분기 대비 3bp 개선됐지만, 이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인 결과다. 

    무작정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이는 것은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와도 역행하는 것이란 점에서, 향후 수익성 개선과 건전성 관리라는 숙제를 동시에 떠안은 카카오뱅크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이와 같은 '주담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랫폼 등 비이자수익 확대가 관건이란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의 본격적인 고민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그동안 시중은행과 같은 위치에서 이자장사로 수익성을 추구했다면, 내년부터는 플랫폼 등 비이자수익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