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제동걸린 고려아연, ㈜한화 지분 매각해 실탄 확보
입력 24.11.06 17:30
고려아연의 2.5兆 유상증자 막판 묘수,당국이 제동
㈜한화 지분 매각·자회사 대금 상환으로 현금 확보
정정요구 번복되면 올해 내 유상증자 진행 어려워
이미 '묘수' 여러번 꺼낸 최윤범 회장, 다음 수는?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내 든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가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혔다. 금감원의 눈초리가 매서운 가운데 정정 검토기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유상증자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고려아연은 우선 보유 자산 매각으로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에너지가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인수하면서 한화그룹이 고려아연 우군으로 나섰다. 

    6일 한화에너지는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 7.25%를 주당 27,950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거래가격은 최근 30일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한화 측은 이번 거래를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규모는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전량으로, 주식매매대금은 약 1520억원이다. 계약체결일은 11월 6일이고 거래종결일은 12월 9일이다. 

    이번 지분 거래는 한화에너지와 고려아연 간 상호 협의에 따른 것으로, 양사는 해당 거래가 두 회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측은 적극적인 현금확보를 통해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에게 대여했던 자금 약 3900억원(AUD 약 4억2600만달러)의 조기 상환이 이달 중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0월 17일 이사회에서 결의됐으며, 거래 완료 시 약 5420억원 규모의 자금이 확보될 예정이다. 해당 자금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건전성 강화에 쓰인다는 입장이다. 

    지분 매입을 통해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14.90%에서 22.16%로 증가한다. 한화그룹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의 ㈜한화 지분율은 55.83%가 된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지분의 시장 매각 가능성을 해소하여 일반주주의 이익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거래와 별개로 한화그룹은 ㈜한화, 한화임팩트 등이 갖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며 친환경에너지 분야 사업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한화그룹이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나선 모양새인 가운데 고려아연이 ‘막판 묘수’로 꺼낸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면서 고려아연 측이 사실상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실제 추진 가능성도 흐릿해진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열린 지배 구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사실상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지분을 희석해 유리한 구도로 뒤집기 위한 전략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다. 

    6일 오전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 신고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고려아연은 앞으로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하며, 제출하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추진이 정정신고서를 제출해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때에도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해 절차를 일단 멈춰세운 바 있다. 유상증자는 증권신고서의 수리일로부터 10일 뒤 효력이 발생하고, 효력이 발생해야 청약이 가능하다. 즉 10일 간의 심사 기간이 주어지고, 그 기간 내에 정정요구가 없으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니 정정요구가 계속되면 거래 시기가 늦춰진다. 이 때문에 정정요구가 여러번 진행되면 그 과정에서 '10일'씩 미뤄지는 것이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기존에 고려아연 측이 공시한 유상증자 일반공모 계획은 12월 3일 시작해 12월 4일 종료되는 안이었고, 납입일은 12월 6일이다. 만약 정정 요구가 몇 차례 이뤄지면 사실상 유상증자가 진행되어도 실제 납입일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통상 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의 의결권이 있는 주주 기준일이 직전 해 말일까지이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 내년으로 넘어가면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주주 기준일’은 지난해 SM엔터 인수전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 바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2월 초 SM엔터 인수전에 참전하면서 이수만 총괄의 SM엔터 보유지분 중 14.8%를 인수하고, 소액주주 지분도 공개매수를 거쳐 최대 25%까지 인수할 예정이었다. 즉, SM엔터 지분을 최대 39.8%까지 확보할 계획이었다. 통상 지분율 40%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의 권리주주 확정일은 그 전해인 2022년 12월 31일로 정해있었고,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과 소액주주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SM엔터 정관상 임시주주총회 때는 이사회 결의로 정한 날에 기재된 주주를 권리주주로 할 수 있었지만, 회사 경영진의 반발을 감안하면 하이브에 유리한 날이 정해질 수 없었다. 이에 하이브가 승기를 잡으려고 했으면 지분을 일찍 인수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