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올해는 진짜 '큰 장' 섰는데…전업사만 '호황'ㆍ신규사는 '울상'
입력 24.11.11 07:00
은행권 NPL 매각 규모 9조원…호황 맞이했지만
전업 투자사 제외한 신규 운용사 진입은 어려워
조달 비용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구조
신협·수협·새마을금고는 대부 자회사 설립
  • 억눌러왔던 부실이 터지면서 올해 부실채권(NPL)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다만 확대된 규모만큼 유암코와 F&I로 분류되는 기존의 전업 NPL 투자사들을 제외한 신규 투자사들의 진입은 어려웠다는 평가다. 기존 NPL 투자사들과의 조달 비용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어려워서다.

    올해 은행권 NPL 매각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은행권 NPL 매각 규모를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약 9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약 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코로나 시기 만기연장과 상환유예에 나섰던 은행들이 금융지원을 종료하면서 억눌려왔던 부실이 터졌기 때문이다.

    늘어난 물량으로 NPL 매입가 또한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에 형성됐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투자사 입장에서는 올해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통상 투자사는 매입 후 담보물인 부동산을 매각해 1~2년 후 회수가 완료되면 수익으로 인식한다. 올해 당장 수익으로 직결되진 않아도, 올해 낮은 가격으로 NPL을 매입할 수 있을 때 많은 물량을 확보해 놔야 내년과 내후년 실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는 설명이다.

    한 NPL 투자사 관계자는 "NPL 가격이 작년 대비 많이 낮아져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좋은 시기"라며 "이런 시기엔 차입을 늘려서라도 최대한 투자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NPL 전업 투자사들은 다소 공격적으로 입찰 경쟁에 나섰다.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인 우리금융F&I와 하나F&I도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로 매입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올해 남은 은행권 NPL 입찰에선 최대한 많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올해 NPL 입찰 시장은 전업투자사들의 '독무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NPL 매각 물량이 많아지면서 다른 운용사들의 진입도 예상됐지만 전문 투자사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운용사들이 유암코와 F&I 등 NPL 전문투자사들에 비견하는 조달 비용을 맞추는 게 사실상 어려운 까닭이다. 

    한 NPL 투자사 관계자는 "올해는 은행권 NPL 입찰 물량이 워낙 많이 나왔다보니 유진, 파인트리, 이지스 자산운용 등 기존에 NPL을 투자해왔던 운용사들 뿐만 아니라 다른 운용사들도 NPL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실상을 그렇지 못했다"며 "NPL 투자사들의 목표 수익률은 대략 6~7%인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야 하는 운용사들이 NPL 전업 투자사들보다 높은 가격을 불러 낙찰받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행권뿐 아니라 신협이나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NPL에 눈독을 들였던 운용사들도 도전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각 상호금융사들이 NPL 정리를 위한 자회사 설립에 나서면서다. 신협중앙회는 지난 5월 KCU NPL 대부를, 수협중앙회는 지난달 Sh대부(가칭)를 설립하는 추진안을 통과시켰다. MCI대부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는 새마을금고중앙회도 별도의 새마을금고 NPL만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목적의 금고자산관리회사(가칭)를 설립 추진 중이다.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제2금융권과 상호금융권 NPL 투자를 시도했지만, NPL 매각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려워졌다"며 "NPL을 위한 펀딩하는 것도 힘들고,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해 NPL 투자 계획은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