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인수 나선 우리금융…KPI 고치며 CET1비율 사수에 사활
입력 24.11.11 07:00
11월부터 신규 기업대출 실적을 KPI서 제외
원·달러 환율 상승에 위험가중자산 부담 가중
연말까지 CET1 비율 12.2% 달성 위해 고삐
동양·ABL생명 인수 대비 자본비율 관리 나서
  •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실적을 직원들의 KPI(성과평가지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우리금융그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BIS비율 관리 차원에서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은행권의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대출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1월부터 신규 기업대출 실적을 직원들의 성과급 책정 기준인 KPI에서 제외한다. 10월 말까지의 기업대출 대출잔액만을 평가하고, 11~12월 2개월은 대출잔액을 감축할 경우 KPI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보통주 자본비율(CET1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연말까지 CET1 비율 12.2%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분기 CET1비율은 12%로 직전분기와 동일했으나, 전년 동기 기록한 12.2% 대비 하락한 수준이다.

    이례적으로 KPI 변경에 나선 배경에는 불안정한 국내외 경제 상황이 지목된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 지은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오가고 있다. 우리금융은 10원 변동할 때마다 3bp(bp=0.01%)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환율 상승은 해외 기업대출 평가액을 증가시켜 위험가중자산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은행의 급격한 기업대출 증가세로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성도 거론된다. 10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9조1141억원 늘었다. 이는 5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을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위해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어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가 끝나면 보험사 인수를 위한 정식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목표 자본비율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KPI 변경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엄중해지는 것은 올해 말부터다. 금융당국이 최대 2.5%포인트의 스트레스완충자본 적립을 요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금융당국의 보통주자본비율 권고치는 12~13%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으로서는 현재의 자본비율 수준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할때 우리금융이 목표로 한 자본비유를 달성하려면 1bp가 아까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