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코어 옥죄는 마제스티골프, 실적 반토막에 투자구조 변경도 안갯속
입력 24.11.11 07:00
마제스티, 스마트스코어 인수된 후 실적 하락
인수금융 재무약정 부담 커지자 FI 해결 나서
SG PE-스마트스코어 투자 VIG 의견차 있을 듯
2022년 정점 찍은 후 하락하는 업황이 걸림돌
  • 골프 서비스 플랫폼 스마트스코어가 골프용품 기업 마제스티골프코리아의 실적 부진에 휘청이고 있다. 골프 산업이 최정점일 때 비싼 값을 치르고 인수했는데 작년과 올해 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재무적투자자(FI) 주도로 투자구조 변경에 나섰지만 골프산업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좋지만은 않아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제스티 기존 투자자인 SG PE와 VIG파트너스는 지난달부터 마제스티 인수금융을 차환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물색하고 있다. SG PE는 주로 국내, VIG파트너스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참여 의향을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2022년 컨소시엄을 꾸려 마제스티를 인수했다. 스마트스코어가 후순위 보통주 약 55%를 갖고 SG PE와 VIG파트너스가 각각 상환전환우선주(RCPS) 39%, 6%씩을 확보하는 구조가 최종 확정됐다.

    마제스티는 스마트스코어 인수 전까지 순항했다. 2020년 121억원 수준이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이듬해 약 282억원이 됐고, 2022년 353억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골프 산업 전반이 정점을 지나던 시기다.

    마제스티 실적은 작년부터 고꾸라졌다. 작년 EBITDA는 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팬데믹 때 미래 골프용품 수요를 상당 부분 앞당겨 흡수한 영향이 있고, 그때 과다하게 늘린 재고가 발목을 잡은 면도 있다. 올해 실적은 작년보다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스코어 컨소시엄은 마제스티 인수 당시 NH투자증권 주선으로 12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기존 인수금융 재무약정(커버넌트)을 지키려면 연 250억원 규모 EBITDA를 올려야 하는데 그러긴 쉽지 않다. 내년 상반기 커버넌트 테스트를 하면 기한이익상실(EOD)을 걱정해야 한다.

    마제스티 FI들은 전략적투자자(SI)인 스마트스코어의 경영 실기로 이런 상황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이에 FI들이 선제적으로 마제스티 인수금융을 포함한 지배구조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커버넌트 테스트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SG PE는 총 1400억원을 조달해 기존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는 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인수금융 1200억원을 인수금융 600억원과 중순위 800억원 등 총 1400억원으로 바꾸는 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SG PE와 VIG파트너스가 보통주 약 62%를 갖고, 중순위 투자자가 우선주 약 38%를 확보하는 구조가 된다. 변제 우선 순위를 고려하면 마제스티 기업가치는 사실상 1400억원이고, EBITDA 대비 기업가치는 약 9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때보다 몸값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현재 SG PE와 VIG파트너스는 각각 투자자를 물색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미리 자금을 조달해 위기에 대응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처지는 조금 다르다. VIG파트너스는 2022년 스마트스코어에 1800억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스마트스코어는 실적이 꺾이고,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VIG파트너스 입장에선 스마트스코어가 부진한 상황에서 마제스티 지분까지 줄어드는 게 달가울 리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업황이다. 국내 골프클럽 시장은 팬데믹 첫해 7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1조원을 넘었고, 2022년 1조2000억원까지 돌파했다. 그러나 이후 하향세로 전환했고 올해는 다시 1조원 미만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골프용품 기업 모두 힘이 들지만 호황기에 제품을 다변화하고 재고를 많이 쌓은 마제스티 역시 녹록지 않을 상황이다.

    투자업계에선 작년부터 골프산업에 투자하기 조심스럽다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마제스티 인수금융 대주단 참여를 검토했다가 발을 뺀 곳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골프산업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골프용품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선 꺾이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