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2세대' 퇴진 수순…고객들 "젊은 대표가 편해요"
입력 24.11.11 07:00
박태진 회장,23년 몸담은 JP모건 떠나
1960년대생 2세대 뱅커들도 퇴진 수순
이미 IB도 70~80년대생 대표들이 주축
고객사 연령대 젊어지며 세대교체 속도
  • 박태진 JP모건 한국 회장이 은퇴를 예고하며 국내 IB(투자금융) 시장에서 2세대 뱅커들의 퇴진도 점차 가까워진 모습이다. 대기업, 사모펀드(PEF) 등 고객사의 임원 및 실무진의 나이대가 젊어지면서 IB 업계에서의 세대교체를 반기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박태진 회장은 2015년에 한국 JP모건 대표 자리에 올랐고 지난해 JP모건 아태지역 부회장 겸 한국 회장에 선임됐다. JP모건 한국 법인은 임석정 SJL파트너스 회장이 1994년부터 JP모건 한국 대표로 20년을 지낸 바 있다. 임 전 대표는 2015년 유럽계 PEF인 CVC로 자리를 옮겼다. 

    IB 2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1960년대생들이 주를 이룬다. 박태진 JP모건 한국 회장(1961년생)과 함께 2세대로 분류되는 이들 중 현업에 남아있는 인물로는 박장호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대표(1965년생), 조상욱 모건스탠리 대표(1968년생)가 대표적이다. 이천기 전 크레디트스위스(CS) 아태지역 부회장(1966년생)은 작년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제프리스(Jefferies)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1990년대 초중반 외국계 증권사 대표를 지낸 인물을 국내 ‘IB 업계 1세대’로 분류한다. 1992년 한국인 최초로 외국계 증권사 대표를 맡은 윤경희 전 맥쿼리캐피탈 회장, 1994년 34세에 대표에 취임한 임석정 전 JP모간 한국 대표 등이다. 마지막 1세대 IB로 불리던 양호철 전 모건스탠리 한국 대표는 2016년 32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올해부터 IB도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60년대생 1세대가 저물고 1970년대생이 주축이고 1980년대생 IB 수장도 나왔다. 

    JP모건은 올해 조솔로 수석본부장(1980년생)이 투자금융부 총괄로 승진했고, 하진수 ECM 총괄(1973년생)은 서울지점장으로 취임했다. JP모건 서울지점 설립 이후 첫 여성 지점장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JP모건 한국 대표는 김기준 대표 (1971년생)이 맡고 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도 올해 리더십 변화를 겪었다. 6월 골드만삭스 IB를 이끌던 정형진 한국 대표(1970년생)가 현대캐피탈 신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정 전 대표는 2017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에 오른 후 IB 부문을 이끌어왔다. 

    정 전 대표가 떠나고 이후 7월 안재훈 전 SK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1976년생)이 한국 기업금융(IB) 부문 대표로 신규 선임됐다. 안 대표는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 겸 공동 서울지점장을 맡고 있다. 2011년부터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에 근무했고 2019년에는 모건스탠리에서 매니징디렉터(MD)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하다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로 이직했다.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전략기획실장(부사장)을 맡았다.

    3년 만에 IB 업계로 돌아온 안 대표는 ‘공백기’ 관계 복구(?)를 위해 시장 내 플레이어들과 활발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 전 대표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집중해 온 만큼, PEF 등 투자업계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분위기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하우스 중 하나로 꼽히는 UBS는 크레디트스위스(CS) 출신 이경인 부의장(1975년생)과 심종민 전무(1981년생)가 주축이 돼 이끌고 있다. 이경인 부의장이 오랜 업력을 보유한 가운데 최근에는 심종민 전무도 상당수 거래를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UBS는 SK렌터카 매각, SK팜테코 투자유치 건 등을 진행했다. BofA의 조찬희 대표(1977년생)도 2021년부터 IB 대표를 맡아 온 40대 라인 중 한명이다. 

    이천기 대표를 필두로 ‘옛 CS 사단’이 뭉친 제프리스의 활동도 주목된다. CS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김광준 전 CS 투자본부장이 적극적으로 거래 발굴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신나 전 CS 상무는 도이치은행으로 적을 옮겼다가 현재 제프리스에 합류한 상태다. 

    그동안 국내 외국계 IB의 지배구조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산업계가 젊어지면서 세대교체 시계추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기업들도 임원 인사가 계속 젊어지고 있다. 일부 금융사, 대기업 등도 임원 나이대가 40대 후반~50대 초가 주를 이룬다. 일부 대기업 중에선 산업 변화가 빠른 계열사에 80년대생은 물론이고 90년대생 ‘파격’ 임원 인사를 내는 곳들도 있다. 주요 PEF들도 주축이 40대 후반들이 많아졌다. 이렇다 보니 IB와 일할때도 어려운 상대보다는 말 통하는, 편한 사람을 찾는 니즈가 적지 않다. 

    한 대형 PEF 임원은 “70년~80년대생 뱅커들이 실제 일하는 입장에선 나이대도 비슷하고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며 “2세대 뱅커들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는데, 물론 업계 내 ‘전설’이고 대단한 분들이 많지만, 젊은 임원들에겐 ‘어르신’으로 느껴지다 보니 벽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