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지배구조개선위 행보 '관심'
입력 24.11.12 07:00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개선위 등판 가능성
지난해 출범…외부 자문위원 9명으로 구성
수책위 결정 전 권고·의견 제시 등 자문 역할
LG화학 사외이사 재직 위원에 이해상충 우려
  •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에서 시장의 관심은 단연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3.1%포인트에 불과한 현 상황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향후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판단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에 맡길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하지만, 자체적인 판단이 어렵거나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민감한 사안은 수책위에 넘겨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이하 개선위)의 등판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내부적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판단을 개선위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정은 수책위에서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개선위의 자문 내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개선위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다. 설치 목적은 투자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함으로, 존속 기간은 2년이다. 김태현 위원장이 위촉한 9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됐다.

    개선위 위원 구성은 김화진 서울대 법학 교수,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 교수, 이상철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 교수, 천경훈 서울대 법학 교수, 이지윤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 교수,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이다.

    출범 당시에는 김경율 회계사가 있었지만, 중도 사퇴하면서 김우진 서울대 교수가 후임으로 역할하고 있다. 김화진 교수가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개선위 산하에는 지배구조개선분과와 주주권행사분과, 스튜어드십코드분과 등 3개 분과가 존재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지배구조개선위원회쪽의 자문을 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지배구조개선위원회 자체가 수책위에서도 판단하기에 부담스러운,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의 관심이 개선위에 쏠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개선위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경우 이해상충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9명의 위원들 중 6명이 현직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천경훈 교수의 경우 LG화학에서 감사위원회 위원과 ESG위원회 위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내부거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문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번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 차례 다뤄진 바 있다. 

    당시 개선위의 이해상충 우려와 관련해 김태현 이사장은 "의결권 행사 기준, 스튜어드십 코드 등 일을 할 때 기업 사외이사로 재임한 경력이 있으신 분들이 여러 제언을 할 수 있다"라며 "자문위원회라 구체적 사안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는 건 아니고, 기금운용본부에 자문을 해 개선방안에 대한 총체적인 권고, 의견 제시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수책위 등과 논의한다"라고 답했다.

    전일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면서, MBK·영풍측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 1일 법원에 신청한 임시주총 소집 허가서 결론이 12월 말이나 내년 1월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임시 주총 전까지 유증이 완료되지 않으면 결국 표 대결로 갈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터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