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착까지 갈길 먼 밸류업 ETF…SK하이닉스 편출 여부도 변수
입력 24.11.12 07:00
밸류업 ETF, 기관 자금 유입 있으나 개인투자자 관심은 저조
12월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 변경 앞두고 투자 불확실성 증가
세제 혜택 등 밸류업 프로그램 위한 정책 입법도 불투명
  •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계획의 일환인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가 닻을 올렸다. SK하이닉스 편출 가능성과 세제 관련 정책 불확실성 등의 변수로 밸류업 ETF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 12종이 상장했다. 9종은 기초 지수를 90% 이상 따라가는 패시브 ETF고 3종은 기초 지수의 70%만 추종하며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노리는 액티브 ETF다. ETF와 ETN을 포함한 상장지수상품의 상장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밸류업 ETF를 두고 투자자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책성 테마인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은 예상보다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그친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이 주도하는 ETF인 만큼 올해 흥행했던 ETF들과 비교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초반 자금 유입세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다만 정책의 방향성이 밸류업에 맞춰져 있어 기관들의 관심은 여전히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2월 중 있을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종목 변경이 변수로 지목된다. 앞서 구성 종목이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초 SK하이닉스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것에 대해 지수 편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구성에 들어가는 것은 지수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편입·편출 여부를 두고 시장의 기류가 다소 애매해진 부분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밸류업 지수 하락을 막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임폴리오는 이러한 전망을 반영해 SK하이닉스를 최대 비중(15%)으로 담은 TIMEFOLIO 코리아밸류업 액티브 ETF를 출시하기까지 했다. 

    현재 시장에선 일부 기업의 주가 변동에 따라 밸류업 지수 전체가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고려아연의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하면서 밸류업지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밸류업 지수의 상승을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로 볼 수 없단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거래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 종목들이 밸류업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구성 종목 변경에 관심이 간다. 거래소에서 SK하이닉스 등 특별 편입 종목을 위주로 제외 여부를 검토할 텐데, 밸류업 취지에 적합한 종목들로 구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밸류업을 바라보는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만한 제도 정비가 미흡하다고 볼만한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배당 소득 분리과세, 최대주주의 상속세할증평가 폐지 등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연내 조세특례제한법과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밸류업 세재 대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기업들의 밸류업을 독려할 세제 정책의 통과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의 강한 반발로 입법화 가능성도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정책성 테마는 모멘텀이 주가에 선반영되면 동력이 떨어진다는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일본 밸류업 지수인 JPX프라임 150을 추종하는 ETF 2종이 상장했지만 20일간 누적 자금은 초기 설정액인 184억원을 절반가량 밑돈 것으로 조사됐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밸류업 정책에 동참하는 기업들을 보면 소위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불리는 금융지주들 정도"라며 "최대주주 입장에서 주주환원을 확대할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으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밸류업 ETF의 흥행 여부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