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검사권 있어도 유명무실인 금감원…내년엔 GP 조사 나설까
입력 24.11.12 07:00
매년 사업 계획에 'GP 조사' 포함돼
올해도 부동산 PF 이슈 등으로 잠잠
'GP 검사권' 있지만 전문 인력 부족
금감원 의지는 여전…'언젠가 나온다'
  • 금융감독원이 내년에 사모펀드(PEF) 운용사(GP) 대상 검사에 나설 지 주목된다. 금감원이 GP 검사권을 가지게 된 후 매년 사업계획에 조사 계획이 포함됐지만, 올해도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PF 등 현안과 전문 인력 부족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 번은 나온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전수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슈가 있는 GP에 대한 '타깃 조사'는 내년 중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PEF를 대상으로 한 금감원의 대규모 조사는 4년 전인 2020년 마지막으로 이뤄졌다. 당시 금감원은 금감원이 1만 여개의 사모펀드와 사모전용운용사 230여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때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GP들은 수사망을 피해 갔다. 당시 금감원은 펀드 검사권은 있었지만, GP 검사권이 없었다.

    이후 2021년 국회에서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PEF의 GP에 대한 규정에서 GP의 변경 등록 의무와 GP 검사권을 신설했다(제249조의14 제12~13항). GP의 변경 등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횡령 등을 사전에 걸러내고, 필요시 현장검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은 금융감독원장이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업무, 내부자거래 여부, 재산 상황에 관해 검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 개정 이후 GP 조사는 금감원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금감원의 연간 사업계획에 GP 전수조사가 매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라임, 옵티머스 같은 사모펀드 사태, 부동산 PF 이슈 등이 계속되며 GP 검사는 현안에서 계속 밀리게 됐다.

    한 PEF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올해 사업계획에 ‘GP 20~30개라도 검사하자’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GP들이 대비에 나서기도 했다”며 “금감원이 2020년에는 GP 검사권이 없어 아쉬움을 내비쳤는데 이후 검사권이 생겼고, 이후 ‘한 번은 뒤진다’는 분위기다. 올해도 일부 찍어둔 곳이 있었지만, 현안들이 터지면서 밀린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에는 진짜 나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사모펀드 조사를 언급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대형 법무법인들이 주요 PEF들을 대상으로 내부 컴플라이언스 강화와 관련한 대비를 돕는 일들이 많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언급하면서 예상이 됐지만 이후 여러 일들이 많아서 금감원 내부에서도 우선순위가 밀렸다”며 “최근 사회적으로 사모펀드의 존재감이나 역할이 커졌고 특히 고려아연 사태로 주목을 받고 있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공감대는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은 계속되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전수 조사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사원(GP)은 422사다.  전업 GP의 수는 316사(전체의 74.8%)로, 전체 대비 높은 비중이다.

    이처럼 GP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금감원 내에서 PEF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은 몇 되지 않는 실정이다. 금감원 내에서 PEF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지 않고, ‘펀드 팀’으로 포괄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PEF 전문 인력은 극히 소수로 파악된다. 작년부터는 부동산 PF 이슈가 크게 터지면서 부동산 PF 팀에 인력을 배치하면서 PEF 시장을 면밀히 살펴볼 여유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당국 내에서도 조사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가 읽힌다. 

    국내 사모펀드 산업은 전체 자산규모가 200조원을 향해 커지고 있다. 새마을금고 PEF 출자 사업 비리 논란이 터진 후 행정안전부에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새마을금고 감독 강화에 나섰고, 이 여파로(?) 감사원이 지난해부터 연기금ㆍ공제회에 대한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 실태 조사를 본격화한 바 있다. 규모도 커지고 정부에서 PEF 관련 이슈를 눈여겨보는 만큼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PEF 시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GP들의 규모는 대형 GP가 37사, 중형 GP가 157사, 소형 GP가 228사로 소형사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편, 운용 규모는 대형 GP 사가 전체의 64.6%를 차지하고 중〮소형사 GP가 운용하는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인데, 소형 GP 중에선 최저 자본금 요건을 맞추지 못하거나 반년 이상 1건의 거래도 진행하지 못하는 등 정상 운영이 되지 않는 곳들도 다수다.

    금감원이 조사에 나선다면 '일만 많은' 전수 조사보다는 이슈가 있는 곳부터 살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운용 규모가 큰 대형 GP들과 더불어 특히 경영진 및 운용역들의 비위가 터진 GP들, 즉 잡음이 있던 곳들이 '1순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M&A 시장 침체로 PEF 업계 분위기가 침체됐는데 당국이 칼날을 들이대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사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복현 원장의 연임 여부도 관건이 될 수 있다. 

    한편, 금감원이 PEF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2015년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의 자율성과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점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및 하위법령 개정안을 통해 모든 사모펀드에 대해 설립 후 2주 이내에, 금융위원회에 사후 보고하는 것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일반 사모펀드는 사전등록, 헤지펀드는 사후 보고, PEF는 등록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렇다 보니 기관투자자인 LP들이 이미 펀드를 조성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이후 '감 놔라 배 놔라'하기 어려워졌다는 평이다. 현재의 사후 보고 체제에서 금감원은 PEF들의 현황 정도를 관리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감독원 내에 PEF를 잘 아는 전문 인력이 많지 않고 GP들 감독 권한은 상당 부분 LP 들에 넘기면서 금감원은 GP 펀드 현황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필요하다면 금감원이 나서고 싶은 의지가 있고, 이때 국회 등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