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증, 금감원 칼날 최윤범 회장에 향하나…검찰 수사 가능성도
입력 24.11.13 09:10
금감원, 고려아연 '불공정거래' 본격 조사
최 회장, SM엔터 시세조종 논란 이어
고려아연 유증으로 또다시 도마위
  • 금융감독원의 칼날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향하고 있다. 그간 사태를 관망하던 금감원은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계기로 불공정거래 여부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주식시장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다루겠다는 금감원의 현재 분위기상 사태가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이슈에 이어 이번에도 관련자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금감원뿐 아니라 검찰 수사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정조준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총대를 멨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 관련 증권사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후 금감원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주관 업무를 맡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연장했다. 금감원에선 두 업무를 동시에 맡은 미래에셋증권이 공개매수 이후 곧바로 유상증자가 진행될 것이란 걸 알았는지를 검사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이사회를 정조준한 만큼 향후 조사가 진척되면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이 경우 최 회장은 금감원이 검사 역량을 집중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사건에 연달아 휘말리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사모펀드인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카카오와 공모해 경쟁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출자자인 고려아연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19년 에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로 고려아연으로부터 전체 펀드 약정액의 87%를 출자 받았다. 이를 두고 MBK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사모펀드로 자금이 흘러갔다고 지적한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를 두고 “최 회장은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중학교 동창에 친구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상법상 펀드 출자는 이사회 결의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규모나 출자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해당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범수 의장 재판에서도 쟁점 사항이다.  

    애당초 MBK파트너스가 해당 문제를 거론했을 때만 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여론전’ 정도로 치부됐지만, 현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특히 금감원에선 고려아연 유증 발표로 주가가 크게 요동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자 50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주가는 한때 140만원을 넘겼다. 이후 고려아연 유증 발표와 함께 주가가 폭락해 110만원에서 거래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공개매수뿐 아니라 유상증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혐의가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감원 고위급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가가 크게 요동치면서 금감원에서도 두고만 보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검찰도 해당 사안을 살펴보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별건의 사건이지만, 두 건 모두 최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사안을 더욱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유증으로 최 회장 측이 명분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유출 우려 등으로 임직원이 직접 나와서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 회장 측 주장이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유증 결정 이후론 여론이 싸늘해졌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은 12일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에게 사과드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태가 진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건으로 최 회장이 크게 조명되진 않았다“라며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 발표로 이전에 원아시아 건이 다시 조명되고 있는 만큼 해당 여파가 이번 경영권 분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