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부터 주가 급락하는 공모주…IPO 시장도 '증시 한파' 직격탄
입력 24.11.14 07:00
신규 상장 기업들 첫날부터 마이너스 수익률 기록
희망 밴드 상단 초과한 공모가에 수급 부족이 원인
"밴드 내 공모가 확정 기업들, IPO 시장 가늠자 역할"
  • 최근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첫날부터 급락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이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주가 상승 여력이 부족했던 데다, 10월과 11월에 상장이 대거 몰리면서 수급이 분산됐단 분석이 나온다. 

    밴드 내에서 공모가가 확정된 기업들의 일반공모 성과가 향후 기업공개(IPO) 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중 갈등 우려와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공포가 먼저 해결돼야 할 거란 평가다.

    13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닷밀은 공모가(1만3000원) 대비 33.7% 하락한 8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부터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27%로 거래를 시작해, 공모에 참여한 모든 주주들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 앞서 12일 상장한 노머스는 이날 공모가 대비 35.8% 하락한 가격에서 거래를 마감했고, 13일에도 5% 추가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24일 이후 상장한 13개 신규 공모주 중 더본코리아를 제외한 12개 종목이 모두 공모가를 하회하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하락폭도 평균 20%를 넘어서며, 공모주 투자 '필패론'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1000대 1을 기본으로 넘어가던 청약경쟁률 역시 최근엔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펀드에서 자금 유출세가 지속되고 있고, 배정을 받더라도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며 "국내 증시 자체가 힘없이 2400대 초반까지 밀리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공모주가 대안조차 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거품'이 깨지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24일 상장한 씨메스를 꼽는다. 씨메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3만원) 대비 23% 내린 2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기업인 더본코리아를 제외한 10개 기업(스팩 제외) 이 모두 상장 첫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에이럭스는 38.3%, 토모큐브는 37.1% 하락하는 등 30% 이상 하락한 기업들도 나타났다.

  • 업계 관계자들은 공모주 급락의 원인을 당초 너무 높게 설정된 공모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10월부터 현재까지 상장한 기업들 중 루미르와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을 제외한 14개 기업은 모두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가가 높은 가격에서 설정되다보니 더이상 주가를 밀어올릴 힘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10월과 11월에 상장 기업이 대거 몰리면서 수급이 분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한정적이다보니 동시에 여러 기업이 상장하면 매수세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박제우 코레이트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미국장으로 많이 옮겨가는 등 기본적으로 수급이 좋지 않은 면이 있는데, 10월과 11월에 공모주들이 대거 몰리다보니 자금이 분산되면서 매수세가 감소했다"며 "여기에 더해 기관 대상 수요예측 단계에서 밴드 상단 초과에서 공모가가 확정되다보니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공모주 프리미엄이 사라져버렸다"고 분석했다.

    상장일 첫날 주가 폭락 사례가 급증하자, 씨메스 상장 이후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들은 희망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씨메스 이후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더본코리아가 유일하다. 에스켐과 엠오티는 희망 공모가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하기도 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에스켐은 75대 1, 엠오티는 6.5대 1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최근 새내기주들의 주가 급락 현상을 두고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희망 공모가 밴드 내에서 공모가가 확정된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 분위기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 역시 국내 증시가 반등의 실마리를 잡아야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공모주 시장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최근 2년 사이에는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공모주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며 '피난처' 역할을 했는데, 최근엔 대형 공모주 부재로 이조차 어려워지며 시장 상황 따라 폭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최근 상장하는 기업들의 공모가는 그나마 공모희망가 밴드 내에서 결정되고 있는데, 이런 기업들까지 상장 첫날 30~40%씩 빠진다면 IPO 시장이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