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격동' 예고된 ETF 4강…줄어든 격차에 수장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
입력 24.11.15 07:00
삼성-미래에셋 점유율 격차 1.5%로 축소...업계 1위 자리 흔들
KB운용-한투운용 3위 다툼 치열…AUM 차이 7000억원 불과
美증시 호황에 서학개미 늘며 미래·한투 약진…연말 인사 '촉각'
  •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빅4' 자산운용사들의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2위 격차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좁혀진 데 이어,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3위 접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순위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장 교체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12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ETF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 시장 점유율은 각각 38.01%와 36.48%로 집계됐다. 격차는 역사상 가장 적은 1.5% 포인트까지 줄었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10% 포인트 이상 차이 났던 양사간 간극은 지난해 2%대에서 올해 1%대까지 축소되는 모양새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계 1위를 탈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3·4위 다툼은 더욱 치열하다. KB자산운용의 RISE ETF 점유율은 7.77%,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ETF점유율은 7.33%로 불과 0.4% 포인트 차이다. 순자산총액(AUM)은 KB운용이 12조7843억원, 한투운용이 12조683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이가 7000억원 정도로 작기 때문에, 삼성운용과 미래운용보다 KB운용과 한투운용의 순위 역전이 더 빠를 것이란 시각이 있다.

    미래운용과 한투운용의 선전 배경으로는 '서학 개미'가 꼽힌다.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는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는 52주 신고가를 갱신하는 등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ETF 상품 라인업이 강한 미래운용과 한투운용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다. 

    미국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날 19281.40으로 마감해 연초 대비 30% 상승했다. 이에 힘입어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는 순자산 4조원을 돌파했고, ACE 빅테크 밸류체인 액티브 ETF는 출시 5개월 만에 순자산 7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계열사 자금 몰아주기에 대해 엄중히 감독하고 있는 점도 추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운용과 같이 기관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던 운용사 입장에선 다소 불리할 수 있어서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ETF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 몰아주기가 논란이 되면서 기관 대상 마케팅이 위축된 경향이 있다. 개인투자자 유입이 많은 운용사들의 성장이 돋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순위를 역전 당할 위기에 놓인 운용사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쟁운용사간 점유율 차이는 보통 CEO(최고경영자)의 KPI에 반영된다. 대표의 성과급 뿐 아니라 연임 여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시장 점유율이 사실상 하락했다고 여겨진 운용사는 CEO 혹은 ETF 부문 수장이 교체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의 이목은 삼성자산운용에 쏠려있다. ETF 사업부문장인 하지원 부사장에게 앞으로도 ETF 수장 역할을 맡길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하 부사장을 바꾼다면 1년 만에 전격 교체다. 삼성운용은 작년에도 김영준 ETF 사업부문장 선임 1년반만에 하 부사장으로 수장을 교체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미 차기 ETF 사업부문장에 대한 하마평이 거론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의 한국법인을 이끌던 박명제 대표이사 등이다. 박 대표는 지난 10월 블랙록을 사임했다. 삼성운용은 지난 10월 블랙록과 ETF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투운용에 3위 자리를 내줘야할 처지인 KB운용 역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금융지주로부터의 성과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금융지주의 경우 매년 이맘때쯤 내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데, KB금융지주로부터 내려온 AUM 목표 증가치가 KB자산운용이 직접 설정한 목표치를 훨씬 넘은 것으로 알려진다. KB운용 대표를 비롯해 올해 영입된 ETF 전문가들 앞에 상당한 과제가 놓여져 있는 셈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한해 성과가 연말 ETF 점유율 숫자에 달려있는 만큼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이다"라며 "2위와 4위 운용사의 추격이 턱밑까지 올라와 운용사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