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법적 갈등에 뉴진스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뉴진스 측이 하이브에 내용증명을 통해 '전속계약 해지' 카드를 꺼내든 것. 일단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전속계약 해지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다. 사실상 명분 쌓기 의미가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풋옵션 행사를 통보하면서 하이브와 민희진-뉴진스 측의 법적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3일, 뉴진스는 어도어에 요구사항을 포함한 내용증명을 보냈고, 14일 이내에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하이브가 ‘뉴진스를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결정을 한 데 대해 뉴진스의 매니지먼트사로서 필요한 모든 조치할 것 ▲하니를 ‘무시해’라고 한 타 레이블 매니저에 대해 어도어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문제를 방치한 것 ▲하이브 PR(홍보실장)이 뉴진스의 성과를 폄하한데 대해 어도어의 조치를 촉구함 ▲뉴진스의 연습생 당시의 사진·동영상 등이 매체를 통해 무단 공개됐고, 아직도 삭제되지 않음 ▲‘밀어내기’에 의해 뉴진스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된 상황을 해결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님과의 불필요한 분쟁, 뉴진스의 기존 작업물이 사라지는 문제 해결 등 어도어에 6가지 사항의 시정을 요구했다.

뉴진스 전속계약 제15조 제1항에 담긴 ‘뉴진스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상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14일의 유예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부분을 언급했다.

어도어 측은 “내용증명을 수령하여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요청사항에 대하여 파악하고 있다"며 "지혜롭게 해결해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진스의 향방은 하이브 등 양측 상황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다만 법률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는 뉴진스가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하이브와의 ‘갈등’은 명백하지만, 뉴진스가 제시한 ‘문제’들은 계약을 해지할 정도의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이었던 동방신기나 엑소 사례 등을 살펴보면, 실제 아티스트의 전속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는 금전적인 정산 이슈나 치명적인 사건 발생 등 위법에 해당돼야 하는 수준이다. 최근 SM엔터 소속 아이돌 NCT의 멤버 태일이 성범죄 혐의로 피소됐는데, 이는 명백한 계약위반 사항에 해당되므로 잡음 없이 즉각적인 계약해지가 이뤄졌다. 

정산 이슈가 아니라면 아티스트가 매니지먼트사의 관리 미흡으로 앨범 발매나 콘서트 일정 차질 등 법적인 피해를 본 점이 증명돼야 할 것이란 평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됐듯 하이브 측도 아티스트와의 갈등 빌미를 제공한 바가 없지 않지만, 계약 차원에서 논의하게 되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 아이돌 그룹 육성에 엔터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아티스트를 키워내기 때문에 명백히 증명되지 않는 부분으로 법적인 계약 해지가 인정된다면 엔터사들의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측의 분쟁에 실질적으로는 아티스트인 뉴진스와 연관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뉴진스 측이 굳이 전속계약 해지 요구를 제시한 배경은 의아하다는 평가도 있다. 뉴진스 측이 원하는대로 계약이 해지된다고 해도, 뉴진스 측은 ‘뉴진스’ 그룹명이나 뉴진스의 음악들에 대한 권리를 잃는 손해를 입게 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뉴진스 측이 주장한 내용들은 계약을 해지할 명분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데, 명분을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계약 해지가 인정될 정도의 신뢰 파탄은 정산을 제대로 안하는 문제 등이 일반적이고,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 정도로는 법원이 계약 해지를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 전 대표는 이달 초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민 전 대표의 측근인 신모 어도어 전 부대표와 김모 전 이사도 같은 날 하이브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풋옵션 행사 시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는다. 

풋옵션 산정 기준 연도는 2022~2023년으로, 어도어의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22년 -40억원, 2023년 335억원이다. 2022년엔 어도어의 유일한 소속 가수인 뉴진스가 그해 7월에 데뷔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기준 어도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어도어 주식 57만3160주(18%)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면 민 전 대표는 260억원 수준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민 대표가 만약 두 달 후인 2025년 풋옵션을 행사했다면, 올해 영업이익분이 반영되므로 최소 현재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2배 이상을 더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데에는 사법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해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현재 민 전 대표가 풋옵션을 청구했다고 해서 당장 이 금액을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 전 대표는 앞서 어도어 이사회로부터 대표 해임을 통보받았다. 하이브는 현재 사내이사인 민 전 대표에 대해 주주간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 주주 간 계약의 유효성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이 소송 결과에 따라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