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 1조 FI 교체한 신세계그룹…실상은 3년 만기 금융권 대출
입력 24.11.18 07:00
은행·증권사에 지분 30% 매각…연 5~6%대 이자 지급
기존 FI 엑시트는 해결됐지만 3년 후 상환 전략 과제 남아
  •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이하 쓱닷컴) 지분 30%를 새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했다. 거래 구조를 고려하면 사실상 3년 만기의 금융권 대출이라는 평이다. 쓱닷컴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할 과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올림푸스제일차에 쓱닷컴 지분 30%(보통주 131만6492주)를 양수하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림푸스제일차는 KDB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 6곳과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 4곳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계약금액은 1조1500억원이다.

    신세계그룹의 이번 새 투자자 유치는 사실상 금융권 대출 성격이 강하다. 신세계의 쓱닷컴 지분을 금융권이 구조화한 거래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지분 매각이 여의치 않았던 만큼 쓱닷컴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번 계약으로 은행과 증권사들은 3년간 쓱닷컴 지분 30%를 보유하며 신세계그룹에 1조1500억원을 지급한다. 그 기간동안 금융사들은 신세계로부터 이자에 해당하는 연간 5~6%의 수수료 수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간 500억~600억원 수준이다. 계약만료시점이 오면 계약 연장 혹은 청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신세계그룹이 이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면서 복잡한 딜(Deal) 구조가 완성됐다. 그룹은 해당 계약 논의 초기부터 이자를 계약만료 시점에 일괄 정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금융사들은 대출 한도를 늘려서 자체적으로 이자를 수급하는 구조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사 입장에선 신세계그룹과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선 셈이다.

    신세계그룹이 당장 1조1500억원을 확보하긴 했지만 재무부담은 여전히 남았다. 추후에 상장 혹은 지분 매각을 통해 금융권 대출을 갚아야 한다. 신세계는 이번 계약에서 향후 기업가치가 상승했을 경우 이익을 금융사들과 나눈다는 내용의 조항을 포함했다. 쓱닷컴이 다시 IPO(기업공개)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번 계약구조가 기업들이 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인 PRS(주가수익스와프)와 유사하다는 평도 있다. PRS는 기업이 금융기관과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정산 시기에 기초자산의 주식가치가 계약 당시 보다 높으면 차액을 기업이 가져가고, 반대의 경우엔 손실금액을 투자자(금융기관)에 보전하는 파생상품이다. 

    계약 만기가 다가왔을 때 신세계그룹이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연간 약 600억원 규모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번 거래를 통해 잠재적 재무 리스크에서 벗어났다고 밝혔지만, 향후 쓱닷컴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는 여전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