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EZ손보 증자설 솔솔...'손보업 어쩌나' 신한금융 고심
입력 24.11.18 07:00
출범 이후 줄곧 적자
소형 보험사의 한계
IFRS17 도입으로 자본력 중요
사업확장 위해 증자 필요성 거론되지만
손보업에 대한 전략 부재 지적도
  • 신한EZ손해보험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상증자 필요성도 거론된다. 외부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사업방안을 추진했지만 아직 별다른 변화는 없다. 손보헙 확장에 대한 신한금융지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손해보험 자회사 신한EZ손해보험이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출범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2022년 1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3년엔 78억원의 순손실, 올해 3분기 누적 손실은 140억원이다. 

    계속된 적자에 강병관 신한EZ손보 사장의 연임여부도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강 사장은 보험사 CEO로는 특이하게 개발자 출신이다. 1977년생으로 포항공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IT 스타트업과 삼성화재에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에선 BNP카디프손해보험 인수추진단장을 거쳐 신한EZ손보가 출범한 2022년부터 사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보험사로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사업확장은 제한적이고 여전히 소형 손보사의 입지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보험사가 안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는 하지만 현재 보험업계 환경상 소형사가 성장하기 쉽지 않은 구조란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안착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라며 “하지만 IFRS17 도입 등으로 자본력이 중요해지면서 소형사가 자체적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증자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신한EZ손보는 2021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사명을 신한EZ손해보험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후 2022년 KT와 더존비즈온이 각각 주식 9.9%, 5%를 인수하면서 외부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시 800억원규모의 증자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실적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외형확장 필요성이 커지면서 증자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신한EZ손보 내부에서도 증자 요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당장 손보사 M&A가 이뤄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신한EZ손보 증자를 통해서 외형확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핸 신한금융은 “증자와 관련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EZ손보의 계속된 적자에 대해서 전략부재가 꼽힌다. 

    신한지주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차원에서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인수를 단행했다. 이후 신한EZ손해보험으로 공식 출범하는 자리에서 “디지털을 통해 고객의 일상에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연결’하고자 하는 신한금융의 새로운 노력” “EZ(easy, 쉬운)라는 새로운 사명은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이라는 그룹의 비전을 담은 만큼 고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 등의 포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포부에도 신한EZ손보는 별다른 혁신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디지털손보사로 출범하다 보니 보험설계사를 활용한 사업확장에 제한적이었다. 비단 신한EZ손보뿐 아니라 디지털손보사들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당초 예상과 달리 현재 보험업에선 오히려 GA(보험대리점)를 중심으로 대면영업을 통한 영업력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출범 당시 부족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채우는데 방점이 찍히다 보니 손보업 성장에 대한 큰 그림은 부재한 것 아니었냐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도 손보업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고,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형사 인수에는 나서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자체성장 모델을 명확하게 그린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그나마 구색맞추기 식으로 소형사 인수가 이루졌고, 이후에도 자체성장이냐 대형사 M&A냐를 놓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IFRS17 도입 이후 손보사들이 보험업을 이끌면서 이런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2년동안 손보사들은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무엇보다 KB금융에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내줬는데, KB손해보험이 내는 실적만큼 KB금융에 뒤쳐져 있다. 이 때문에 손보업 확장은 신한금융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자체성장 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라며 “그렇다고 대형사 M&A 나서자니 마땅한 매물이 없는게 현재 신한금융이 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효율적 자본 투입으로 미보유 포트폴리오였던 손해보험에 진출하기 위해 EZ손보를 인수 했다”라며 “향후 그룹 시너지 활용과 디지털 보험의 한계를 극복한 창의적인 성장 모멘텀 확보를 통해 고객 일상생활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지향점을 완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